“北변화, ‘독재자 1人, 2,400만 인권억압’ 진실 전해야”

북한을 변화시킬 전략으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가 거론되는 가운데,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압박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은이 이른바 ‘최고존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북한 당국에게 북한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하는 압박정책을 펼친다면, 북한 당국의 인권에 대한 태도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게 인권의 가치를 일깨우고, 궁극적으로는 내부로부터의 변화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대북전문가들과 탈북민들은 북한의 3대 세습 독재를 지탱해온 사상이자 주민들에 대한 인권 탄압을 정당화시켜온 ‘수령절대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하는 게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령은 뇌수(腦髓)요, 인민은 뇌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손과 발’이라고 세뇌시킨 탓에, 당국의 무자비한 인권유린에도 주민들이 쉽게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만 수령절대주의를 통한 통치는 오직 외부로부터의 정보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실제 북한에서 인권 문제를 자각한 뒤 탈북하게 됐다는 이들은 주로 ▲대북라디오 등 방송을 통해 자유와 인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한 경우 ▲무역 거래로 만난 외국 상인들과 접촉한 경우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한 경우 등을 계기로 꼽는다. 외부세계의 실태를 접하는 순간, 수령절대주의의 허구를 깨닫게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을 고취시키고 수령의 허구성을 폭로하기 위해선 대북라디오와 TV 방송, 대북 전단 및 USB 등을 통한 외부 정보 유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은 29일 데일리NK에 “북한은 핵·미사일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나름의 변명거리라도 만들어왔지만,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발뺌만 하려 할뿐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할 만큼 취약하다”면서 “김정은에게 북한인권 문제는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북한 주민들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어떤 권리를 누리며 살아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해 북한인권 실태를 스스로 진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대북방송이나 대북전단, USB 등을 활용해 북한 내부로 외부 정보와 인권에 대한 가치를 끊임없이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선 ‘10여 년 간 대북방송을 했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하는데, 이는 민간 차원에서 늘 지나치게 적은 예산으로만 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해외에 나가봐도 북한인권에 대해 관심이 정말 많은데, 정작 한국에서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항의 표시인 북한인권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가 누리는 인권의 단 1/5, 아니 1/10이라도 누렸으면 하는 마음부터 갖고, 뭐라도 실행에 옮겨야 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대북라디오 방송을 들은 뒤 탈북을 결심했다는 고위 탈북민도 “북한이 3대 세습 독재 사회라는 것만이라도 명확히 알려주면 주민들의 의식은 순식간에 바뀔 것”이라면서 “보위부나 안전부 등 주민들을 감시하는 이들도 결국 평범한 인민인 가족들을 두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체제 아래서 숨죽이고 있는 것이지, 이들이라고 자유롭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0년대 후반 대량 아사사태가 벌어졌을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은 수령(김일성)이 죽고 이상기후현상이 겹치면서 일어난 임시적 고난이라고 여겼다”면서 “그러나 또 한 번 북한이 어려워지게 되면 주민들도 이게 다 수령 체제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북한의 독재자는 한 명이지만, 의식을 가질 수 있는 대중은 수천만 명이라는 걸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체제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데 있어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촉매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가 겪은 체제 변화의 경험을 북한에 전파할 수 있도록 하거나, 국제사회와 ‘한반도판 헬싱키 프로세스’를 구축해 인권개선을 전제로 한 대북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변화뿐만이 아니라 통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면 대북정책에 대한 주변국들 간의 의견 대립을 방관해서도, 남북한 간의 냉전 분위기를 방치해서도 안 된다”면서 “문을 꽁꽁 걸어 잠근 북한에게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동북아, 나아가선 국제적인 공동체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손 연구위원은 이어 “(동유럽 공산국가의 붕괴를 가져온) 유럽의 헬싱키 프로세스는 21년간 유럽 국가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면서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도 주민들에게는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동북아 내에서부터 이른바 ‘대북 협력체’를 구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