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명문 소학교, 김 씨 일가 우상화 선전판으로 도배”

북한이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는 데 있어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가 ‘무상의무교육제도’다. 사회주의 체제 건설 과정에선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며 김일성이 1975년부터 실시한 정책이다.

그러나 ‘무상’ ‘의무’라는 미명(美名)은 1990년대 말 대량아사시기를 겪으며 허황된 구호로 전락했다. 오늘날 북한의 ‘무상의무교육제도’는 명칭만 남은 허울일 뿐, 학생들은 교복부터 학업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스스로 부담하고 있다.

수업료는 무료지만, 대신 학교 시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학생들로부터 충당하니 학부모들의 등골만 휜다. 일부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뇌물까지 ‘고이도록(바치도록)’ 한다고. 쇠붙이나 토끼 가죽을 모아오라는 과제도 내는데, 역시 되팔아 자기 호주머니를 채운다.

김정은은 2014년 4월 1일자로 북한의 기존 11년제 무상의무교육을 12년제로 개편했다. 북한 매체가 김정은의 이른바 ‘후대사랑’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가운데, 학생들은 첫 12년제 무상의무교육제에 맞춘 신학기 준비에만 1인당 평균 85달러를 소요해야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의 대표적인 선전학교이자 소학교(초등학교) 중에서 최고로 꼽히는 ‘김성주 소학교’다. 과거 이 학교의 이름은 ‘대동문 소학교’였는데, 1970년대 초 김일성을 신격화하기 시작하면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학교는 북한의 보물 1호인 ‘평양 종’이 매달려 있는 대동문 앞쪽에 설립됐다. 학교가 세워진 자리에서부터 이 학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방문한 곳에 기념판을 건다. ‘수령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선전이다. 김성주 소학교에도 기념판이 걸려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김성주 소학교에 각각 두 번씩 방문했다. 북한에선 두 부자의 발길 한 번만 닿아도 이를 굉장한 영광’으로 선전하는데, 이른바 최고지도자가 대를 이어 총 네 번이나 방문했으니 이런 호들갑을 당연하다고 봐야 하는 건가.

특히 김일성은 유독 이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소학교는 김일성 훈장(1978)과 국가훈장(1983)을 받았고, 천리마학교(1974, 1976)와 최우등학교(1977), 모범체육학교(1990), 붉은기학교(1980, 1986, 1987)로 지명된 경력이 있다.

김성주 소학교 운동장 전경이다. 운동장을 둘러싸고 있는 학교 건물 외벽은 말끔한 모습이다. 운동장에는 그네와 농구 골대를 비롯해 다양한 체육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일반 소학교는 물론 주민들의 집에서도 보기 힘든 에어컨 실외기도 건물 외벽에 세 대나 붙어 있다.

김일성이 다녀갔다는 교실에도 기념판이 붙어있다. 기념판이 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늘 간판에 먼지 하나 없게 청소해야 한다고. 간판마저도 늘 ‘모셔야’ 하는 부담이 크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는 종종 “수령님이 방문했을 때 난 이 학교에 다니지도 않았는데…”라는 불만도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교실 내 책걸상이나 기타 시설들은 각종 최신 설비를 갖췄다는 한국 학교들에 비하면 좋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 정도 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은 그야말로 ‘행운아’다. 실제 북한 내 많은 학교에서는 운영 자금이 부족해 낙후된 교육 시설과 파손된 교육 기자재를 방치하는 실정이다. 학생들로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해야 할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과 기자재 구입에 필요한 비용까지 상납해야 하니 이중고를 겪어야 하는 셈이다.

실내 체육관에서는 주로 무용 수업이나 간단한 실내체육 활동이 이뤄진다. 체육시간에 모여 ‘율동 체조’를 하거나 축구·배구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스포츠광(狂)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집권하면서부터는 체육 과목이 상급반 진학평가 과목에도 포함됐다. 체육 강국을 건설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체육 과목에서 가르치는 종목들도 다양화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김성주 소학교 체육 수업은 전통적으로 탁구와 무용 소조로 유명하다. 그래서 학교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할 때면, 주로 탁구나 무용 소조 훈련 모습을 공개하기도 한다.  

학년 별 기준 신장이 기재된 도표. 한국 학생들의 학년 별 신장과 비교해보면 약 10~20cm 정도 차이가 난다. 충분한 영양 섭취가 고루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어린 학생들이 춤과 연주 공연을 선보인다. 고된 연습을 통해, 동작 하나 흐트러지는 법이 없고 악기 연주는 수준급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렇게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는 아이들은 대체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집안의 자제들이라고 한다. 예술 수업을 받아 무대에 오르기까지 학부모들의 물밑 작업(?)도 치열하다고 한다.

김성주 소학교에 붙어 있는 ‘만리마 속도’ 구호판. 학생들 개개인이 가진 재능과 적성에 맞춘 학습이 아닌, 체제 옹위를 위한 만리마 속도부터 선전하는 북한 교육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구호를 본 학생들이 김정은이 아닌,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만리마 속도로 달리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만리마 속도 운동을 상상하는 건 허황된 일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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