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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수술실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환자들이 산에서 직접 땔감을 해와 수술 기재들을 소독해야 했다. 외상환자들을 처치할 붕대도 부족해 이미 사용한 붕대를 소독 후 재활용해야 했을 정도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군 518훈련소에서 간호사로 일한 한 탈북민의 증언이다. 이 탈북민은 사단법인 NK지식인연대가 29일 ‘12월 클로즈업 북한’이라는 제하로 주최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 “군병원에서 환자치료라 하는 것은 결국 ‘안정을 취하는 것’뿐이었다”면서 물품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군부대 치료 환경을 이같이 전했다.
그는 “주사기도 바늘이 무뎌질 정도로 재활용해 사용했다”면서 “주사를 놓을 때 사용하는 소독 솜은 간호사들의 동복 솜을 여며내서 사용한 후 다시 빨아서 재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약품은 자체 조제품이고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된다”면서 “그마저도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서 구급용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북한 군인의 영양상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환자의 팔목을 잡고 혈관에 주사침을 찌르려 하면 뼈에 살가죽만 남아 있을 정도로 야위어 있고는 했다”면서 “혈관이 살가죽 밑에서 밀려다니고 있어서 주사침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중증 환자를 제대로 구분해놓지 않아 오히려 군부대 병원이 감염의 온상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탈북민은 “병원울타리 200m 밖에 개방성 결핵과 만성간염 환자들의 병동이 있어서 병원자체가 바이러스 전염구역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어설 힘도 없고 항문이 벌어져 대변이 나가는 것도 가늠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고작 5%에서 10% 정도의 포도당만이 처방됐다”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북한군 병원 실태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