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이 IAEA 사찰단 수용 의사를 밝히고 이를 중국이 옹호하고 나서면서 한미와 북중간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는 21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복귀 등에 합의했으며, 1만2천개의 사용 후 핵 연료봉을 남한에 판매해 반출하는 것과 관련한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IAEA 사찰단 수용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중국이 옹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미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미는 특히 북한의 국면전환용 유화 제스처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IAEA 사찰단 수용에 앞서 NPT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도 2005년 9·19 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라 핵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대화와 협상의 궤도로 돌아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각 측이 9·19 공동성명 정신을 실천하고 각 측의 관심사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북한의 IAEA 사찰단 수용 의사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를 동력으로 6자회담 재개로 이어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9.19공동성명은 비핵화 의무를 다한 후에 핵에너지의 평화적 권리가 뒤따른다”면서 중국의 입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특히 정부 당국자는 “NPT 체제 밖에서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인도와 파키스탄이 NPT 체제 밖의 사실상 핵보유국이지만 IAEA의 안전조치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도 북한이 먼저 NPT에 복귀해야 한다며 ‘말보다 행동’을 강조하고 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는 이날 “북한이 영변 복귀에 진정성이 있다면 탈퇴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다시 복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정부 고위 당국자도 “북한의 IAEA 사찰단 수용 발언은 현 상황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모든 핵 프로그램의 동결을 위한 북한의 NPT 복귀를 촉구한 바 있다.
현재 한미는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 북한의 태도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현재 투트랙 밖에 없다. 북한이 대화할 의지가 있으면 하는 거고, 아니면 못할 것”이라고 대화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밝혔다.
미국 역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중단됐던 비공식 대화채널인 ‘뉴욕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 물밑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내달 중순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미중간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미∙중 관계도 많이 좋아진 것이며, 서로 그런 노력한다”면서 “중국이 권력 교체기인 만큼 기본적으로 미중은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껴안기’로 일관할 경우, 미중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5일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핫라인’을 통해 중국의 책임 있는 태도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을 방임해 연평도 사태가 일어났다”며 “북한에 대해 확실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우리도 생각이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후 주석의 방미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