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박사] “北 핵실험, 체제붕괴 출발신호”

북한 핵실험 징후가 최초 공개된 지난달 말부터 부시 행정부 관계자들은 연일 그 가능성을 경고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팻 로버츠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8일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핵실험 준비를 확신했다.

존 맥롤린 미 중앙정보국(CIA) 전 국장대리도 이날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 “북한이 핵실험과 함께 다음 단계로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다면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주변의 우려에도 북한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박현재 부소장이 3일 핵실험 실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핵실험 위기가 더욱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북한 핵 보유 의지 높아 핵실험 충분히 가능

이제 북한 핵실험은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핵실험을 포함 북한 핵 보유 공식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온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책임연구위원(군비통제연구실장)으로부터 북한 핵실험의 의미와 파장에 대해 들어봤다.

-핵실험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분위기인데.

북한 핵실험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 북한 핵 보유 의지와 체제,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이다. 핵 보유 의지는 이미 충분한 정황으로 드러나 있다.

북한 핵 보유는 이미 반세기가 넘는 사업이다. 북한의 경제력이나 제반 여건을 비추어봤을 때 턱없이 부합되지 않는 (비용)수준으로 (핵 개발을)발전시켜왔다. 북한 전역에 방대한 핵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런 근거들은 북한이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서 핵을 개발했다는 일부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미국의 대응뿐만 아니라 스스로 강력한 요구를 가지고 핵 개발을 해왔다. 북한의 핵 개발 의지는 이미 몇 차례 판명이 되었다. 미국과 협상이 용의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핵 보유국으로 가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은 미-중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주장도 있는데.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북한이 핵실험을 진행하면 미국은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긴 것으로 보고 더 이상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핵실험은 핵보유 국가 공인 수순

그러나 북한이 체제와 정권을 지켜야겠다는 위기감이 그만큼(핵실험을 할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이것은 2.10 핵 보유 성명에서 일각이 드러났다. 핵 보유 성명도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핵 보유국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다.

북한이 이런 조치를 취한 이면에는 북한 인민들이 경제적 불이익을 받아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북한은 외부 요인과 내부폭발 요인 등 극도의 체제 불안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 서둘러서 2.10 핵 보유 성명을 하게 된 것도 이러한 (핵무기를 통해 체제를 지키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북한 핵 보유는 모든 외부 공격으로부터 ‘거부권’을 보장해 주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제한된 숫자의 핵무기는 억제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북한이 핵무기를 1, 2개만 가지고 있다고 해보자. 미국이 핵을 사용하면 강력히 보복하겠다고 협박할 경우에 북한 핵은 활용방안이 마땅치 못하다. 먼저 그것을 가지고 핵실험에 활용하면 실전에 사용할 핵이 없어진다.

만약, 실전에 사용하더라도 불발이 되거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여분이 없다. 통상 핵 억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공격하면 반드시 보복하겠다, 그리고 다시 공격하면 재보복, 3파 공격을 할 수 있는 여분의 핵 억제력이 있어야만 정상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北, 아직 충분한 핵 억제력 갖추지 못해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핵무기 숫자를 늘리는 데 혈안이 돼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외 정보기관에서 추정하고 2-6개의 핵무기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인가.

그 정도로는 미흡하게 보인다. 충분한 억제력으로 보이지 않는다.

-핵실험을 해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궁극적으로 북한 핵 실험은 장기적인 사이클에서 보면 붕괴의 시작이다. 핵실험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가 더 이상 북한을 두둔할 수 없다. 미국이 대북제재에 들어가면 중국이 계속 북한을 봐주기 어렵다. 북한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어려워지면 내폭 가능성도 높아진다.

전략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대응 움직임이 언젠가는 일어나게 된다. 일본이 움직이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자극을 받게 된다.

북한 핵실험은 장기적으로 독약이 될 것

대만도 움직일 것이다. 북한은 입지가 더 어려워진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위협한다고 하지만 이것은 주변국이 맨손일 때 가능한 것이다.

-북한 핵은 단기적으로 손익계산이 어떤가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고, 단기적으로는 약이다.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오기 부림이다. 미국과 중국도 당장은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당장 북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공작을 한다든지, 중국과 협력을 해서 북한을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 단기적으로는 체제를 보호하는 약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가겠나

핵실험은 체제와 정권을 수호하는 극약처방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체제를 약화시키는 독약으로 돌아온다는 의미이다.

-핵실험을 하면 북한은 자신들의 지위가 국제사회에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한 국가가) 핵실험을 한 이후에 국제사회가 그것을 인정해줄 때, 더 이상 제재나 불이익을 주지 않고 그대로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상당한 국익의 상승을 가져온다. 군사적인 억제력을 갖기 때문에 체제를 보호하는 데 엄청난 힘이 된다.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외교적 지렛대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핵 지렛대로 정치 외교적 강대국으로 등장

멀리 볼 것도 없다. 중국은 196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당시 중국 전체는 격변의 국가였다. 그래도 강대국으로 인정을 받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상승했다. 그런 과정에서의 핵은 정치외교적 지렛대로 봐야 한다.

-북핵의 가장 큰 영향력은?

대남관계에서 엄청난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다.

-북한 핵실험이 안보 분야에 미칠 영향은.

남북 군사적 대칭이 파괴된다. 우리는 본격적인 핵 보유를 상정하고 국방정책을 세운 것이 아니다. 본격적인 핵 보유국이 되면 기존의 국방, 안보, 군사 교리 등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다. 우리한테 엄청난 부담이 된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우리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우리 젊은이들은 미국 내보내고 자주국방을 주장하는데 이것이 아이러니다. 북핵 문제를 방조하고 내버려둘수록 대미 안보의존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우리의 딜레마다.

북한 핵을 제거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하게 되면 핵을 근거로 한 군사도발 가능성은 없는가.

내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핵을 실제 사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핵을 위협수단으로 사용하면서 소규모 군사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소규모 군사도발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진다. 대응이 늦어질수록 이 도발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수 있다. 당장 서해 북방한계선(NLL)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핵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우리의 해결방안은 북한 핵을 제거하는 것이다. 북한 핵을 놔두고는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 어느 것도 분명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한 핵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한-미 동맹을 통한 생존방안을 모색하는 일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핵실험 전까지 한국 정부의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지 않나.

북한의 언행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면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 지금쯤은 제2의 대북정책을 준비해둬야 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