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지도자 흠모 아닌 평가한다…“김정은, 약은 장사꾼”

측근들도 하루아침에 숙청하는 공포정치로 체제 안정화를 꾀하면서도 시장통제 완화정책으로 민심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김정은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약은 장사꾼’ ‘아버지보다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처음이자 36년 만에 열리는 당(黨) 대회를 통해 체제 공고화를 꾀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민심 확보는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민들은 몇 년 째 시장통제가 완화되면서 ‘벌어먹기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김정은에 대해서는 ‘장마당을 풀어놓고 큰돈을 뽑을 줄 아는 약은 장사꾼과 같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겉으로는 인민들을 생각하는 듯 보이지만 진짜 속내는 자기 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서 시장을 풀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은 ‘우리가 알고도 속는다’고 말하면서 김정은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다녀온 주민들의 경우, 국내 주민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 세계 경험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준 셈이다.

소식통은 “그들은 곳곳에 세워져 있는 태양상을 보고 ‘배급을 안 주고도 저렇게 환히 웃을 수 있구나’라고 대놓고 이야기 한다”면서 “또한 ‘쇄국정책 때문에 우리나라(북한)가 발전하지 못한다’면서 세습과 독재에 대해서도 은유적으로 비난한다”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 때만 하더라도 주민들이 최고지도자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당국의 철저한 우상화로 인해 맹목적 ‘선망’과 ‘흠모’의 대상이었던 것. 하지만 시장의 발달로 정보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최고지도자도 ‘평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수령님(김일성) 시대에는 정치를 평가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위대한 수령을 모신 정치대국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주민들은 숨기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돌아가면서 한 명씩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은 ‘수령님 시대는 노동의 시대’ ‘장군님(김정일) 시대는 선군(先軍)시대’ ‘원수님(김정은) 시대는 시장 세대’라고 평가한다”면서 “수십 년 전만 해도 수령복을 자장가처럼 들으면서 믿기도 했지만, 이제는 장마당 돈벌이가 세상물정 트게 해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난 3월엔 동네 노인들이 장기판을 벌린 곳에서 얼떨결에 한 주민이 ‘아들이 아버지보다 못하다’면서 김정은을 은유적으로 비판했다”면서 “이 말이 보위부에 들어가 붙잡혀갔지만 본인 가족 내용이라고 강따구해(우겨) 풀려난 일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최고지도자들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계층별, 생활수준과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소식통은 “수령님 시대를 살기 좋은 공산주의, 장군님 시대를 살인의 시대(대량아사시기)로 말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거꾸로 배급 타며 살던 시대(김일성)는 밧줄에 묶여 살았던 시대, 돈벌이가 시작된 시대(김정일)부터 지금(김정은)이 좋다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간부들은 수령을 평가하는 예민한 문제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워 하지만, 가끔 가족처럼 가까운 동무들과 한마디씩 표현한다”면서 “이들은 ‘선군시대에는 간부보다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일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간부들을 잡는 일이 더 많다’고 말하며 현재를 더 비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충성심 보다는 본인의 잇속 때문에 김정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주민들도 나온다.  

소식통은 “‘자기 배만 채우는 간부들이 까딱하다가는 목이 달아나는 인민의 정치’로 좋게 평가하는 주민들도 간혹 있다”며 “이들은 대체로 법 기관에 장사밑천을 회수 당했거나 억울한 일로 간부들을 증오하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