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제로베이스 상태의 북한이 낫다

많은 통일 전문가들이 통일이 대박이 되기 위해서는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거의 습관적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은 현재 상태로의 통일이 훨씬 유리하다. 아니 오히려 북한은 제로베이스가 낫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통일과 관련해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늘려 북한경제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놓은 다음 통일해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주장에 익숙하다. 한번 보면 당연한 주장이지만 다시 보면 허점투성이다.


우선 이런 기능주의적 주장은 북한의 실체를 애써 외면한다. 북한도 통일을 원하며 통일비용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통일은 적화통일이며 이런 최고의 가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의 희생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과거 햇볕주의자들이 10년 이상 공들였던 남북교류협력을 되돌아보면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 것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남북교류협력기금을 비롯한 여러 자금이 3대 세습을 공고히 하는데 사용되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통합-통일의 기능주의적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반증한다. 대신 북한은 과거 갖지 못했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미사일 개발과 핵을 갖게 되었다.


북한재건은 통일 후에나 가능한 경제적 통합으로 민주적 정치질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확립된 후에나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민의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세습독재체제 하에서 가용재원은 늘 비경제적 분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기껏해야 주민들의 배급량을 늘리는 수준일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다수의 신도시를 개발해왔다. 강북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강남이 개발되고 분당, 일산, 상봉, 세종 신도시 모두 농지나 미개발 지역에 세워졌다. 왜 그럴까? 효율적이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 열심히 북한 주도의 재건사업이 일어난다고 가정해보자. 강북 땅에 도로 수리, 부동산 개보수 등에 투입될 것이며 이 일도 온갖 분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통일 후 북한재건은 허허벌판인 땅에 최신 기술을 활용해 추진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이 전쟁의 폐허 더미에서 경제강국으로 재기할 수 있었던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었다. 더 이상 비용 운운하며 통일의 시기를 늦추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