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COI 보고서에 ‘張처형’ 후 내부 숙청 우려 담는다

오는 3월,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Commission of Inquiry on North Korea)가 작년 7월부터 시작한 공식 조사활동 결과 보고서를 유엔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에 제출하게 된다. 국제기구가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북한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까지도 조사위원들의 접근이 불가능하고, 철저히 은폐되어 있는 북한의 반(反)인도적 인권침해 사실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COI가 설립되기까지 국내외 많은 NGO의 노력이 있었다. 특히 외국 인권단체들은 국제기구 운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내 북한인권 단체들에게 유엔 등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인권 문제 해결 방안을 조언했다. 이 결과 2011년 9월 일본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전 세계 45개 단체와 개인들이 모여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International Coalition to Stop Crimes against Humanity in North Korea)를 결성했고 마침내 유엔에 COI가 만들어졌다.


최선두에서 ICNK 설립을 돕고 COI 조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권은경 ICNK 사무국장을 최근 만났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한국, 일본, 영국, 미국에서 청문회를 마치고 지금은 조사 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조사위원회는 자료 전체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와중에 장성택 처형 같은 사건이 있었다. 아직도 우리가 북한 고위 관료들을 직접 만나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내부 소식통을 통해 북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고, 또 과거에 이 같은 사례가 몇 차례 있었는지, 장성택과 그 외에 유사한 고위 관료들의 처형 등을 통해 조사위원들에게 인권피해들이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발생한 북한 내부 인권침해 사건들과 과거에 한국에서 조사했던 내용 중에서 미진했던 부분들에 대해 보충 설명하는데 증인들의 증언 자료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의 보고서 분석 중에 추가 질문들을 해오면 도와주고 있다. 예를 들면 북한에 언론의 자유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로 그런지를 기자 출신 탈북자들에게 물어보고 조사위원회에 전달해 주고, 또 납치문제에 대해서도 추가로 조사해 보내주고 있다.


-COI가 만들어지기까지 한국에 있는 북한인권 단체들뿐 아니라 외국 단체들도 함께 했는데, 그 과정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우선은 이번 계기로 유엔의 국제기구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잘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초기에 우리는 COI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국제단체들이 먼저 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 국제사면위원회(AI), 국제인권연맹(FIDH) 같은 단체들은 유엔을 통해 세계 많은 나라의 인권문제를 오랫동안 다루어 왔기 때문에 북한인권 문제를 보다 깊이 다룰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을 알고 있었고, 한국 단체들은 이런 단체들과 함께하면,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다각적인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도와 공동으로 대응한 것이다. 결국 2011년 9월 일본 도쿄에서 ICNK 창립대회를 열었다.


-특별히 일본에서 창립대회를 개최한 이유가 있나?


ICNK는 40개 이상의 국제단체 및 개인이 연합해 결성한 국제연대라는 특징도 있었고, 북한인권의 모든 문제를 다루어야 하는데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에 제일 많은 피해자가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조사위원회 설립내용을 담은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작성하는 당사국이었다. 특히 일본 NGO들과 일본정부의 지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됐다. 당시에는 한국정부는 당연히 찬성할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중요한 시점에 정작 우리정부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에 대한 입장 표명이 늦어져 많이 힘들었다고 들었다. 


2013년 3월 중순에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돼야 COI가 설립될지 결정이 나는데,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유엔회원국들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일본과 EU연합이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내용을 넣은 초안을 이미 제출했다는 것을 2012년 말에 알게 됐고, 다른 나라들은 한국정부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 최고대표도 북한인권조사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한국 정부는 묵묵부답이었다. 영국도, 프랑스도 가만히 있었고, 한국정부가 입장을 발표하면 미국은 찬성한다고 하고, 모두가 한국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만 기다리고 있다.
 
당시 정권 이양기여서 전 정권도 새로 들어설 정권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한국정부가 이런 결정적인 시기에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탈북자들의 서명이 들어간 편지, 100인 이상의 지식인들 서명도 받아서 정부에 제출했다. 그리고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개인적으로는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한 달 반 이상 지지하지 않고 미뤘다. 결국 미국정부가 먼저 찬성한다고 했고 결국 우리정부도 지지한다고 표명했다.
 
북한과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는 게 답답했다. 북한의 미래가 걸린 건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이런 지지도 결정 못 하고, 액션도 취하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웠다. 국제사회에서는 2013년 2월이 지나고 3월이 되었을 때 유엔인권이사회 회원국 중에서는 조사위원회를 설립하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나라가 없었고 투표할 필요조차 없다고 인식을 같이해, 무투표로 결의안이 채택됐다. 


-조사위원회가 3월에 유엔인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 다음 활동은? 


지금 1월이니까 최종 보고서가 거의 마무리돼 가고 있다. 사실 결과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가 더 중요하죠. 결과보고서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적한 북한인권 침해의 9가지 유형에 대한 조사 결과에 의해 북한인권 침해가 반인도 범죄라는 결정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가해자들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반인도적 범죄이기 때문에 안보리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권고안이 담긴 보고서가 나와야 한다. 유엔안전보상이사회 이사국들 가운데 러시아와 중국이 있기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ICC)까지 갈지는 미지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보고서는 일종의 판결문에 준하는 권위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북한인권 침해 사실에 대해 부인하는데.


궁극적으로 북한인권 침해 가해자들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1차적 목표는 북한정권을 압박하는 것이다. 정치범수용가 어떤 것인지 국제기구들이나 단체들이 연구도 하고 동시 다발적으로 움직이면 북한 당국은 당연히 눈치를 봐야 한다. 유엔에 북한 대표부가 있는데 대표부의 일은 유엔에서 북한에 대해 어떤 얘기들이 오가고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를 당사국에 보고하는 일이다. 결국 북한 당국에 다 보고가 된다. 그런 모든 것들이 북한 당국에 압력이 된다.


외교적으로도 북한이 중국하고만 할 것 같으면 관심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아프리카, 동남아, 유럽 등과도 외교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압박을 줄 수 있다. 북한이 국제적인 눈치를 안 볼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인권 유린 사례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효과가 느리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COI가 만들어지고 북한의 변화가 있었나? 


아직 없다. 유엔인권기구에서 북한인권 문제 지적에 북한은 거의 다 무시한다. 하지만 핵실험에 대한 유엔안보리 경제제재에는 북한이 움찔한다. 북한당국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반공화국 모략책동이라고 주장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이 문제를 국제 형사재판소를 열자고 해도 가해자를 잡아서 재판할 수는 없다. 북한이 로마협정 가입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이 아니라는 것은 아쉽다. 


-앞으로 북한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조사 관련 한국 단체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활동분야는 국제적인 단체들과 캠페인을 조직하고 국제로비를 진행하는 것인데 증거자료 부족으로 북한 인권상황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ICNK에 가입된 단체들은 세계적인 단체들이 많은데 다들 시리아, 리비아, 수단, 북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영상자료, 사진자료들을 메인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이를 다룬다.


북한 인권상황에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증언과 페이퍼 보고서에만 의존한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뉴스 속에서 버림받는 이슈가 되고 있다. 국제 조사기구들이 북한에 접근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심각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COI 결과보고서가 중요하다. ‘북한인권 침해는 반인도 범죄다’는 조사위원회의 지적을 캠페인에 활용할 수 있다. 유엔의 공신력 있는 조사기구가 북한 인권운동을 위한 지지기반을 마련해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지속적으로 북한인권 침해를 조사하고 자료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정치적 이슈에 밀려 인권문제는 소홀히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


인권문제 해결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꿈만 꾼다면 해결은 안 된다. 남북 실무자 미팅에서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 말하면 회담 형성이 되겠나. 직접적인 채널이 없기 때문에 우리가 국제사회를 활용하는 거다. 통일부의 생명은 북한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인권문제 이야기하는 순간 채널이 끊어진다. 그래서 사실 NGO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