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산가족 아픔 정치적으로 이용 말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운동기간에 이산가족 전원 상봉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한국 국회에서 ‘8.15남북 이산가족 상봉 촉구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정부가 남북 민간 교류를 적극 허용하자, 이산가족들은 2년 전 중단됐던 상봉행사가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8일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가 지난해 4월 남측으로 귀순한 북한 해외 식당 종업원 12명을 송환하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상봉에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한국으로부터 지원을 더 받기 위해서, 또는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제재 조치 해제 등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북한 당국은 이산가족 상봉 중단 조치를 자주 취해왔습니다. 이산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비인도적인 처사입니다. 죽기 전에 헤어진 가족을 만나보고,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 무슨 조건을 내건단 말입니까?

현재 이산가족 문제는 정세와 상관없이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입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 혈육을 둔 이산가족이 급격히 줄어 생존자가 6만1,000여명에 불과합니다. 지난해에만 3천명 이상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히 70대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이산가족의 85%를 차지해 매년 사망자가 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한달에만 321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8년 뒤에는 70대 이상 고령자의 대부분이 사망하고 말 것입니다.

4년 전 한 연구기관에서 70세 이상의 이산가족이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나려면 앞으로 매년 6,400명이 상봉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985년 첫 이산가족 상봉부터 마지막 상봉행사가 열렸던 2015년 10월까지 가족과의 만남이 성사된 사례는 4185건, 2만여 명에 불과합니다. 그 동안 많은 이산가족들이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제 더이상 민족의 아픔을 정치적 흥정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됩니다. 남아 있는 이산가족들이 죽기 전에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은 적극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