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불확실성 증가? 北김정은, 오판말라”

김정은이 지난 한 달 새 아홉 차례나 군부대를 방문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에는 특수부대 방문과 포사격 참관이 있었고 중순에는 최전방지역인 갈도를 방문해 화력타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달에는 강원도 원산에서 해상 화력타격 연습과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해 남한을 초토화시키겠다며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유엔의 제재 확정과 한국과 미국, 일본의 독자제재에 맞서 내부를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국제정세를 한참 잘못 파악한 미숙한 행동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이렇게 뜬금없는 전쟁놀이를 할 상황이 아닙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가 확정되긴 했지만 예상보다 강도가 높진 않았습니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가며 중국이 버팀목을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이 직접 나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체면을 구긴 중국은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엔 곧 새로운 정권이 들어섭니다. 트럼프 정부의 대한반도 정책이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긴장조성은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합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전 오바마 정부보다 국내 문제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위대한 미국, 강력한 미국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공세를 적극적으로 펼친다면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긴장조성은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정책만을 불러올 뿐이고 이는 북한의 이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상황도 오판해선 안 됩니다. 지금 한국은 매주 토요일 백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시위에 나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해보입니다.하지만 그렇다고 나라가 붕괴되는 상황은 아닙니다. 군과 정부의 기능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군의 대응태세 또한 매우 강력합니다. 그런데 이를 오판해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섶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격이 될 것입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의 상황은 2010년 이후 가장 나빠지고 있습니다. 함경북도를 휩쓴 큰물피해는 아직 복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당분간 유엔 제재의 영향으로 북한 경제에 타격이 예상됩니다. 내년부터 당장 석탄수출 감소분만 7억 달러에 달할 것입니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은 북한과의 교역을 더 꺼리게 돼서 해외 노동자 수출도 줄어들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본다면 회복세를 보이던 북한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합니다.

물론 중국이 지원을 한다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북한이 망하지 않을 정도이지 유엔 제재를 어기면서까지 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까지 높아진다면 북한 경제와 인민생활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내부결속을 통해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려는 꼼수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이런 꼼수가 통할 시기는 이미 한참 지났습니다. 군사적 긴장보다는 과감한 개방정책과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는 것만이 지금의 위기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