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적공(敵攻)국요원, SNS서 ‘음모론’ 확대 재생산”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천안함 관련 갖은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미자작극’에서 미국·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야당 중진 의원까지 ‘천안함 암초 좌초설’을 주장하면서 음모설을 거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천안함 실무 테스크포스팀(TF) 책임자를 지낸 이종헌 전 행정관이 최근 ‘천안함 전쟁 실록, 스모킹 건’(맥스미디어 刊)이라는 책을 펴냈다. 저자는 천안함 폭침 이후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을 본격화하는 사이버심리전이 시작됐다며 현재까지 SNS상에서 북한에 의해 가공된 각종 음모설이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사태는 향후 북한의 비대칭 저강도 도발과 후속 대응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즉 대남도발을 벌이고 우리 조사결과에 대해 자작극임을 주장하며, 진실을 부정하고 이후 검열단 파견, 무자비한 보복 등을 내세워 방어하는 한편, 대남심리전으로 남남갈등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정형화하는 것이다. 2014년 발생한 ‘북한 무인항공기 사태’와 최근 ‘미국 영화사 소니픽처스 해킹’ 사태 등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는 “교민 등이 활동하는 해외 한글 사이트에도 북한 선전문이나 북한을 옹호하는 글들이 실리기도 했다. 북한 사이버 적공(敵攻)요원들이 직접 작성하거나 해외 종북인사들이 올린 글이었다”면서 “북한 대남심리전 요원들의 직접 공격과 해외 친북 세력의 활약 그리고 국내의 종북(從北) 세력 등 이른바 ‘3대 사이버 역량’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천안함 의혹을 확산시켰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은 오래전부터 통일된 지휘 체계 하에 일관된 목표를 갖고 사이버전을 준비해 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를 전후로 사이버심리전·전자전의 다양한 공격을 계획해 순차적으로 시도했다”면서 “앞으로 사이버전의 양상은 우리 사회 모든 부문에 더욱 복잡하고 신속하며, 더욱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북한이 신원 노출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십분 활용해 대남 선전선동 활동을 폈다며 천안함 폭침 이후 종북·친북 SNS 계정 숫자가 수백 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2008년과 2009년 SNS 친북·종북 계정은 1건도 발견되지 않았으나, 2010년 이후 1년7개월 동안 친북·종북 SNS 계정이 96개나 발견돼 모두 차단됐다. 그러나 이들 대남 심리전용 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은 계속 증가해 2013년 11월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우리민족끼리’ 등 80여 개 사이트에 400여 개 SNS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014년 7월말 현재 친북 사이트는 162개, SNS 계정은 1622개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이버심리전, 南서 잘 먹히는 비대칭 수단”


그는 북한이 사이버심리전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사이버심리전은 전 세계에 사이버 인프라가 구축되고 SNS 등 의사소통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비용·고효율의 전쟁수단으로 급부상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처럼 사이버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변화와 이슈에 민감한 사회에는 (사이버심리전은) 대단히 유용하고 잘 먹히는 비대칭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젊고 해외서 공부한 김정은은 김정일과 달리 IT와 SNS 등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체제하에서 사이버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면서 “김정은은 ‘사이버전은 핵미사일과 함께 우리 인민군대의 무자비한 타격을 담보하는 만능의 보검’이라고 언급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사이버전 전문 인력 규모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저자는 천안함 폭침 5주기를 맞아 책을 저술했다며 “이제 그 의혹의 막을 내릴 때”라고 주문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 대응 실무 현장에서 목격한 당시의 기록을 지금도 제기되는 각종 의혹에 대한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사이버상에서 핵심 의혹으로 대두됐던 것은 ‘미군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저자는 당시 합동조사단이 관련국의 잠수함 위치를 모두 확인했다고 밝히며 “이 시기 부산에 입항했던 미 핵잠수함은 서해상 훈련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또 의혹의 대상이 됐던 미국의 핵잠수함은 ‘수심 47m의 피격 지점에서 작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제기했다.


그는 또 2010년 6월 유엔안보리에서 북한이 진상 공개장을 통해 내놓은 유일한 근거였던 ‘강철합금 어뢰’ 사용설 역시 사실과 달랐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북한이 자신들은 알루미늄 합금이 아닌 강철합금 재료로 만든 어뢰를 사용한다며 소위 ‘1번 어뢰’가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북한이 수출용으로 배포한 해당 어뢰 소개 자료엔 ‘어뢰의 외피는 알루미늄, 마그네슘 고강도 합금’이라고 명시돼있었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저자는 책 말미에서 북한이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감행한 이유로 “북한의 3대 세습이라는 사상 초유의 권력 승계 과정을 거치면서 취약한 정통성과 지도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강경노선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의문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은 독자라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방대한 양의 자료와 근거 등을 제시한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