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레짐 체인지 자초…붕괴 얼마남지 않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일(현지시간·한국시간 3일 새벽)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전례없이 강력한 내용을 담은 새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해외 광물·무기·금융 활동을 차단시켜 자금줄을 막고, 모든 물품의 운송을 감시하며 핵과 대량살상무기에 전용될 소지가 있는 자금과 물품의 유입을 원천 봉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관용 없는 철퇴를 내렸다는 평가다. 북한 김정은이 핵무기에 집착하면 집착할수록 고립심화와 함께 체제 불안정성 증가를 유발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사진)은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이어 “경제악화 속에서 국제적 고립의 심화로 북한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북한 체제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선택지는 개혁개방을 통해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던가 아니면 외부로부터의 정보유입 등을 완전히 틀어막아서 기존처럼 사는 것 밖에 없다”면서 “(그런데 두 선택지 중) 어떤 길로 나아갈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 원장은 “북한이 (부분적인)시장화를 통해서 버티고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하다”면서 “북한이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레짐 체인지 발언에 대해 최 원장은 (우리가) 레짐 체인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이 살 수 있는 길을 주려고 노력해 왔지만, (각종 위협과 도발로) 레짐 체인지를 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북한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유례없이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새 결의안에 동참한 것도 북한 체제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한반도를 미중 관계에서 바라보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지속적 도발은 골칫거리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북한에 대한)중국이 가지는 부담감이 임계치에 이르렀다”면서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원장은 “중국은 한반도를 넓은 틀 속에서의 미중 관계로 바라본다”면서 “(이 틀 속에서 바라봤을 때) 북한의 붕괴라는 비용과 한미일의 협력 강화, 즉 미국의 영향력 확대라는 비용을 저울질 하다가 대북 결의안에 동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원장은 “중국이 얼마만큼, 또한 어느 정도로 대북제재 이행에 동참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라면서도 “과거의 중국 정책과 비교했을 때 분명히 다르고 이는 (북한 체제의 지속성과 관련해서)시사점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진욱 통일연구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 격랑이 일고 있다. 김정은이 이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 고도화를 하겠다고 말해왔다. 때문에 사실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4차 핵실험의 시점을 예측하지 못했던 건 그 전의 남북 간의 분위기가 비교적 좋았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차관급 남북 당국 회담이 있었던 것처럼 일련의 분위기는 괜찮았다. 그래서 다들 남북관계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던 경향이 있었다. 기대를 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북한 김정은은 집권 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집중해왔다. 핵을 만들고 고도화 시키는 것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작년에 목함지뢰 도발 등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를 했던 것도 미국에게 평화협정을 하자는 의도를 전달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비핵화 없이 평화협정은 없다’는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으니까 끝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이 요원해진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 5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크다.


-2016년 북한 김정은 체제, 어떻게 전망하나?


북한 김정은에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고 본다. 정상적인 체제가 아니다. 내부의 자원도 부족하고 물자의 유통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남북경협이 중단된 이후 북중 교역으로 버텨왔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분적 시장화를 통해서 버티고 있는데, 시장화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시장화의 한계가 오기 전에 북한은 무엇인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결국 북한 입장에서는 정권의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에 개혁개방을 통해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든지, 아니면 외부의 정보 유입을 완전히 틀어막든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의 북한은 이것도 저것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제적 상황이 악화되고 국제적 고립이 심화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정권의 장악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내부적으로 공포통치를 통해서 장악력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채찍만 있고 당근이 없는 상황에서, 엘리트들의 충성도 기대할 수 없다. 불안정한 상태는 심화될 것이고, 결국 체제의 몰락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개성공단까지 ‘폐쇄’ 됐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종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남북이 잘되려면 ‘신뢰 구축’밖에 방법이 없다. 신뢰프로세스가 유일한 길이다. 한국과 북한이 작은 것부터 약속을 지키면서 신뢰를 쌓아 나가야 한다. 그런데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튼튼한 안보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안보 강조는 북한을 붕괴시키거나 남북관계를 파탄 내겠다는 의도는 아니다. 북한의 핵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핵이 있는 한 신뢰프로세스가 가동되지 않으니 그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미다.
 
신뢰 프로세스에는 3가지 축이 있다. 북한과의 관계를 제외하고 한반도 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나머지 2개의 축인 ‘국민적 합의’ ‘국제협력’은 잘 구축되고 있다. 정부는 다른 한 축인 남북 간의 신뢰가 북한의 핵 때문에 구축되지 않고 있으니 북한의 핵을 저지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신뢰 프로세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남북 간의 신뢰 구축을 막고 있는 북한의 ‘핵’이 문제인 것이다.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란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정부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봐야 한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험한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결정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국민은 따르는 것이 맞다. 정책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힘을 합쳐서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거론했는데.


정확히 애기하면 레짐 체인지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그걸 자초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면 외국자본의 투자가 불가능하고 국제적으로 고립은 심화된다. 결국 이런 식으로 가다보면 북한은 붕괴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태도를 막기 위해 우리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다. 작년 10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대화하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은 없다’고 문서로 합의하지 않았나. 우리 정부 입장에선 북한이 살 수 있는 길을 주려고 노력해왔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식으로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레짐 체인지를 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북한 스스로 만든 것이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제 사회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지?
 
국제 사회의 대북 제제 흐름 속에서 가장 괴로운 곳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본다. 중국은 한반도를 미중 관계 속에서 바라보고 있다. 북한의 도발로 인해 한미일의 공조가 강화되고 이를 통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니 중국은 부담을 가질 것이다. 또 국제사회가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게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등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이 임계치에 도달했다.


이 상황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중국이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중국에겐 두 가지 고려해야 할 비용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붕괴로 인해 초래될 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일 간 협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비용이다. 중국이 이 비용을 저울질하다 대북 결의안에 동참한 것이다. 한반도에서 한미일의 공조가 확대되는 것이 북한 붕괴보다 비용이 큰 것으로 봤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싫은 것이다. 철저히 중국 국익의 입장에서 대북제재에 동참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과거 중국의 정책과 분명히 다르다. 다만, 중국이 어느 정도로 대북 제재에 동참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가 수면 아래로 들어간 것 같다.


미·중의 결의안 초안 합의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끝난 것으로 본다. 미국 존 캐리 국무장관이 지난 달 23일 미국 워싱턴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이룬다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필요없다”고 말한 것은 일종의 폭탄선언이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반도에 사드배치는 없다”는 것을 미국과의 협상에서 받아냈다고 본다. 이것은 개연성 측면에서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또한 북한의 핵, 미사일 등이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과거에 미국 입장에서 북한 핵 문제는 구실이었고 중국이 진정한 표적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미국이 북한을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미국의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오바마 정부의 ‘핵 없는 세상’이란 기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의 핵 무장을 막고 한국의 핵 무장을 막으려면 한반도에 미국의 전술핵이 들어 올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것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핵은 핵으로밖에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가 청와대를 1차로 타격하겠다는 중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북한은 연일 긴장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보통 북한은 도발 후 평화 공세를 해 왔다. 긴장을 고조시켜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미국과는 평화협정 이야기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하지만 의도대로 안 되면 재차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도발이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북한은 전쟁을 일으켜 이기려고 도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심리적 타격을 입히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한미 동맹을 흔들고 남남갈등 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이득을 얻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도발 위협에 대해서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국민이 단합해서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인권법 통과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인권법을 놓고 남남갈등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통과된 이후에도 지켜봐야 할 사항이 많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문제와 인권유린을 자행한 가해자들에 대해 죄를 묻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 관한 입법 과정도 중요할 것으로 본다.
 
인권문제와 관련해서 통일연구원은 통일의 과정에서 ‘인권’과 ‘통일’의 가치를 접목시키려는 노력할 것이다. 인권 문제를 단순히 인권의 영역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연구·조사를 체계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북한인권 관련 실태 분석이 아니고, 통일 과정에서의 인권 문제 증진, 통일 이후의 인권 문제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다. 살펴봐야겠지만 신설될 북한인권재단에 연구기능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인권재단과 통일연구원이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 같다.


-한반도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 현재 한국 사회가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생각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국민들의 의식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통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통일은 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통일에 대한 의지가 확산되어야 한다. 국민들 모두가 분단국이란 것을 자각하고, 통일에 대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추상적일 수 있겠지만 국민의 의식,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역량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들의 통일의식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바뀌었다. 긍정적 차원에서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 과거에 통일에 대한 목소리는 정부 주도였다. 따라서 순수한 의미라기보다는 목적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순수한 통일에 대한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나온다. 통일대박의 효과가 크다고 본다. 통일에 대한 에너지가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일 비용’ ‘후유증’ 등 부정적 사고에서도 많이 벗어나기도 했다. 물론 ‘경협 만능주의’에서도 벗어난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는 통일의 에너지가 뿌리내린 상황에서 차분하게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에너지를 잘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통일연구원의 향후 계획은?


통일연구원의 설립목적은 통일정책을 지원하는 것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 뿐 아니라 후유증 등 대비해야 할 것이 많다. 통일연구원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통일 정책에 대해서 구상하고 또 정부 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나는 통일연구원을 ‘통일 나침반’이라고 부른다. ‘통일의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길을 제시해야 할 의무가 통일연구원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연구원은 북한만을 분석하고 공부하지 않는다. 북한의 의도만 파악하면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고 통일도 달성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단견이다. 미중의 의도를 포함한 국제정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통일 이후에 발생할 문제에 대한 대비책 등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인류학, 심리학 박사 학위를 가진 인원들을 채용하고 있기도 한다.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연구를 하려면 북한만 알아서는 안 된다. 북한의 예외성과 동시에 보편성을 같이 공부해야 한다. 이런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통일 한반도를 위한 정책 개발 등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