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극심한 문명차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통일의 관건

7장 정리하며

한국은 경제나 물질문명, 국내총생산(GDP), 과학기술 및 과학기술과 연관된 학문, 사회간접자본(SOC) 등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작년 세월호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사회도 정신문명의 발전과 물질문명의 발전 사이에 괴리감이 큼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사태는 한국사회가 유병언과 같은 사람들의 비정상적인 모습, 사회관리 시스템 등 정신문명의 발전 속도가 늦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발전된 대한민국이 이러할 진데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북한의 정신문명을 끌어올리는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인과 일본인, 미국인과 일본인, 영국인과 프랑스인의 차이는 극복이 쉽지만, 남북한과 같은 문명과 비문명사회의 차이는 쉽게 극복이 안 된다.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남북한 사이의 극심한 문명차이에서 오는 정치적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통일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무엇을 통일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반문해 보아야 한다. 통일을 함에 있어서는 문명의 통일과 함께 주권의 통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일은 하나의 주권을 만드는 것이다. 통일은 흡수통일 이외의 다른 통일은 거의 가능성이 없다. 그리고 통일 이후에 북한을 별도의 단위로 떼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통일 이후의 국가운영 시스템은 연방제 방식을 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통일은 우리가 거부한다고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불안정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북한의 김정은이 과시하는 행동을 많이 하지만 김정은은 치밀한 독재자가 아니기에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북한을 치밀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몇 년 내에 통일된다는 것을 장담할 수 없지만 통일이 그리 멀지만은 않다.

우리는 다가오는 통일시대를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통일시대에 예상되는 정치적 혼란과 갈등, 통일 과도기의 혼란상을 극복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남북한 국민들을 하나로 단결시킬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북한주민들의 의식변화, 정치적 지향과 정치적 행동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필요하고 설득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 통일시대를 정치적으로 이끌어 갈 정치리더들을 제대로 육성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보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

1장 들어가며

한반도 통일의 문제는 단순한 남북 간의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문제다. 특히 동북아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주변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분단의 원인이 그랬고 지정학적 위치가 통일문제의 복잡함을 말해주고 있다. 통일을 향한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이 중요하듯 통일을 바라보는 주변 4강의 이해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도 관건이다. 그러나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통일한국의 등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과 중국 등 주변 4강이 겉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과 태도를 취하고는 있지만, 동북아 세력구도 변화에 대한 우려와 자국의 안보, 경제이익을 고려해 ‘현상유지전략’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중국은 G2국가로서의 위치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지향하고 있고 러시아는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 4강의 이해관계가 충돌될 경우 이해관계를 조정하기가 어렵고 한국 주도의 통일을 낙담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통일한국의 등장이 동북아의 세력관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미국과 중국 누구의 이익에 더 부합할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특히 통일과정에서의 불안전성과 통일한국이 자국에 가져다 줄 편익과 비용계산으로 주변국의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다. 이는 한국 주도의 통일에 대한 공감대와 국제적 지지를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중 양강체제의 국제정치질서와 동북아 세력구도의 불안정성이 한반도 통일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수는 없다. 특히 주변 4강이 자국의 세력확장과 이익 추구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통일의 추동력을 확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주변 4강의 외교행태가 바뀌지 않는 한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주변 4강이 통일한국의 등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명시적으로는 미·중·일·러 모두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는 입장에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한국주도의 통일을 지지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국익을 우선하는 주변 4강의 이중적 태도가 엿보인다. 통일과정의 역동성을 감안할 때 주변 4강이 통일한국의 등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할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

본 글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주변 4강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살펴보고, 한반도의 통일에 따른 주변 4강의 통일편익과 통일비용은 어떠한지 정리해 본다. 통일의 경로와 방법이 다양할 수 있으나 한반도 통일에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주도의 흡수통일을 전제로 해서 논의를 전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