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감 여성, 형량 추가 우려로 보위원 성폭행 저항 못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6일(현지시간) 북한 보안당국 요원과 수용소 교도관이 여성 재소자에 대한 신체적, 성적 인권침해를 멈추도록 북한 정권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촉구했다.

HRW는 8일 열릴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제68차 회기 본회의를 앞두고 이날 북한 여성 8명의 면담 내용을 기록한 자료를 공개했다. 면담 참여자 8명은 북한 경찰기관인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성(우리의 국정원격) 요원 및 구금 시설에 구금돼 심리적, 신체적, 성적 인권 침해를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HRW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을 탈출한 한 여성 농부는 2012년 말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 북송된 후 재판 전 구류장에 구금됐는데, 구금 기간 동안 보위성 소속 심문 요원으로부터 강간을 당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2010년 봄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된 또 다른 농부 출신의 여성도 함경북도 무산시 근처에 있는 구류장에 구금된 채 인민보안성 심문 요원에 의해 강간당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이 여성은 중국에 팔려갔을 때 만난 남편과 얼마나 성적 관계를 가졌는지를 이 심문 요원이 집요하게 물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북한 구금시설에 수감된 경험이 있는 다른 여성들도 보위성 소속 남성 요원들이 증인도 참석하지 못하게 한 채 폐쇄된 공간에서 자신들을 심문했고, 때때로 얼굴이나 가슴, 둔부를 포함한 신체 부위를 만졌다고 진술했다.

이 여성들은 HRW에 북한의 심문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향후 거취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원치 않는 신체 접촉에도 저항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저항할 경우, 이를 괘씸하게 생각한 심문 담당자들이 상부에 심문 결과를 불리하게 보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권 유린에도 불구하고, HRW과 인터뷰한 북한 출신 여성들은 북한 관리들에 의해 자행되는 성적 희롱이나 폭행을 중단시킬 마땅한 방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구금 시설 내에서 성적 폭력을 당했다는 게 외부에 알려지면, 가해자가 아닌 피해 여성들이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에 직면해야 한다고 피해자들은 진술했다.

북한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에서 구금 시설 내에서 학대를 당했다는 복수의 증언을 반박하고 있다.

북한은 보고서에서 “모든 법적 절차는 법에 따라 철저히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수사와 예비조사 과정은 음성녹음 혹은 영상녹화 되며 심문은 법원서기 또는 필요한 경우 기타 두 명의 입회인들의 참석 하에 이루어져 심문하는 조사관이나 예비조사관들에 의한 권한 남용이나 인권 침해를 방지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은 “검찰은 인권침해 발생 금지 보장을 위해 구금시설과 교화기관을 철저히 감시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헤더 바(Heather Barr) HRW 여성권리 선임 연구원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여성 재소자에 대한 처우를 호도하고 은폐하려고 한 북한에 최대한 엄격하게 심문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 당국이 아무리 격렬하게 부인해도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없이 여성들이 신체적 그리고 성적인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 연구원은 “유엔은 북한이 여성과 여아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하고 북한 당국이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시인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을 아무런 제재 없이 그냥 넘어가도록 놔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HRW는 북한이 2001년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을 비준한 이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인권 실태를 보고한 적이 두 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해당 협약에 비준한 모든 회원국은 비준 일 년 뒤에 협약 요구사항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는지를 보고서로 작성해 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이후엔 4년마다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