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업적 선전 위해 쌀 수확량 과장 보고”

북한의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근 20년간 가장 많았다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쌀·옥수수·콩 등 북한의 곡물 생산량은 총 497만 5000t(도정 기준)이었다. 앞서 지난해 말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김지석 북한 수매양정성 부상이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올해 곡물 수확량은 571만t(도정 전)으로, 작년보다 5만t 증가했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해 곡물생산량이 저조해 배급을 받지 못한 주민이 많고,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는 분조관리제도도 수확량이 많지 않아 농장원들에 대한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때문에 북한 당국이 작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수확량을 부풀려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김정은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농업을 주타격 방향으로 인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힘쓰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이 김정은의 업적을 선전하기 위해 유엔 기구에 부풀려 보고했을 개연성도 있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1년 422만여t에서 2012년 445만여t, 2013년 484만여t, 지난해 497만여t으로 꾸준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권태진 GS&J 인스티튜트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유엔 기구는 지난해 방북 조사를 하지 못해 북한이 제시한 자료와 다른 정보를 취합해 보고했을 수 있다”면서 “북한이 (유엔 기구에) 실제 수확량보다 높게 보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이어 “김정은 정권 이후 수확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농업정책이 성공했다고 하기 위한 선전용으로 (수확량을) 높게 보고했을 개연성도 있다”면서 “실제 수확량보다 낮게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 고위 탈북자는 이와 관련 “북한은 국제적인 식량원조를 필요로 할 때는 자연재해(가뭄, 홍수)피해 지역을 국제기구 조사원들에게 보여줘 보다 많은 지원을 얻어 내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김정은이 농업발전을 강조하고 농업분야 현지지도가 있는 경우에는 업적선전을 위해 작황이 좋은 지역을 보여줘 수확량이 많게 통계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8년 여름, 유엔 기구 조사단 4, 5명이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양정국장 등과 함께 도(道) 곡물생산량 조사에 나섰는데, 수확이 잘된 곳만 안내했다”며 “또 국제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자연재해, 수해 등 거짓 복구작업에 주민들과 대학생들을 동원해 유엔 기구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도록 연출한 적도 많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