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습공격에 ‘미사일 발사 前 타격’ 계획 무력화 농후”

북한이 1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기술을 적용한 신형 고체추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우리 군의 방어·요격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발사 각도를 조절하면 남한 어디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이 재차 확인됐지만, 우리는 이런 지속적 실험 발사에도 신 행정부 대북 강경기조에 대한 무력시위 내지는 협상용이라는 의도 분석에만 열중할 뿐 자국 방어력 강화에는 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사전 탐지가 어려워 기습 공격이 가능한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등 성능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우리 군은 아직까지 사후 대응체계 밖에 마련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무방비 상태와 다름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이번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로는 처음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고체연료 사용 시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고, 즉각 발사를 통한 기습 도발이 가능하기 때문.

그간 스커드·무수단·노동 미사일에 액체연료를 사용해온 북한은 발사 전 1~3시간가량 연료를 주입하다가 미 정찰위성 등에 사전 포착돼 왔다. 설령 발사 전 미리 액체연료를 넣어둔다고 해도, 주입 후 일주일이 지나면 산화돼 재주입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고체연료는 별다른 연료 주입 절차 없이 추진체에 미리 넣어둔 후, 원하는 시기에 즉각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13일 데일리NK에 “고체연료 사용 시 사전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즉각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면서 “그간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하면서 무수단 발사도 계속 실패해왔는데, 이번에 고체연료 사용에 성공하면서 무수단 발사 안정성까지 확보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를 사용한 미사일을 사전 탐지하지 못할 경우, 그간 우리 군이 내세워 온 ‘킬 체인(Kill Chain)’과 ‘4D 작전계획’도 모두 무력화 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제까지 두 전략을 앞세워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 탐지해 조기 격파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지만, 북한이 소위 ‘쥐도 새도 모르게’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세우면서 기존 방어 체계에도 빨간 불이 켜진 셈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해 기습공격을 하면 한국 킬체인 전략은 무력화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을 고도화해 실전 배치하기 전까지 사드를 비롯한 방어·요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다 위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스탠더드 미사일 3(SM-3) 등을 포함한 다층 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금은 북한이 서해에서 동해로 미사일을 쏘지만, 만약 남쪽을 겨냥해 쏜다면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 갑작스레 무수단이든 노동 미사일이 날아와도 일단 얻어 막고 대응 공격을 해야 할 판”이라면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저고도미사일요격체계 패트리엇2와 같은 것들로는 막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유 원장은 이어 “대선 국면에서 정치인들이 사드 배치를 재검토 한다는 말까지 하고 나오는데, 국민을 보호하려면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를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사드 배치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수도권까지 방어하려면 다층 방어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사드 외에 SM-3 등 다른 요격 수단도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이 SLBM 관련 기술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SM-3가 요격 체계 중 가장 큰 효용성을 지닌다는 설명이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기자 브리핑에서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를 토대로 사거리를 연장한 지상 발사 미사일 개발을 지시한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은 SLBM을 토대로 지상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거리탄도미사일의 고체 연료 사용 여부에 대해 합참은 “고체 연료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북한이 지상발사 중거리 미사일 중 고체연료를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참은 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지금까지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연계돼 있으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