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본 ‘김정일 핵집착’ 3가지 이유

▲ 동부전선 지휘부 시찰중인 김정일

탈북자의 입장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북한에 있을 때부터 익히 들어온 터여서 남한에서 핵무기가 있네, 없네 하고 갑론을박할 때 ‘별 희한한 걸 갖고 논쟁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 남한 일각에서는 북한 핵에 대해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구조가 허물어져 북한이 의지할 대상이 없어짐으로써 자기 방어를 위해 갖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북한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물론 그 원인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북한의 핵개발에 담겨있는 다양한 용도를 살펴보아야 한다.

핵은 벌써 만들어졌다

북한의 핵무기는 냉전이 깨지기 전인 1980년대에 이미 개발되기 시작했으며, 1차 핵 위기가 닥쳐왔던 1993년에는 이미 ‘만들어진’ 단계였다. 다만 세계의 눈이 무서워 핵실험을 못했을 따름이다. 만약 냉전구조가 종식된 다음 북한이 위기의식을 느껴 핵개발을 시작했다면 핵무기 보유까지의 기간이 너무도 짧다.

아무리 두뇌집단이 강하고 경제력이 발전되었다 하더라도 핵무기 개발과 완성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북한 핵관련 시설에 근무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의 핵개발은 1980년대에 핵개발에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그 준비사업은 이미 1960년대부터 있어왔다. 그러니 소련의 붕괴로 핵개발을 시작했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깬다”

북한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일화가 있다. 1993년 1차 핵위기 때 김일성은 인민군 장성들과 최측근들을 불러놓고 “지금 미국이 우리 핵 문제를 걸고 영변을 폭파시키겠다고 하는데, 만약 미국 비행기가 폭격할 때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물었다. 순간 장내에는 침 넘기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이때 김정일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수령님, 조선이 없는 지구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지구를 깨버리겠습니다.”

그러자 김일성은 매우 만족해하면서 “우리나라에 또 한 사람의 장군, 김정일 장군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칭찬해주었다고 한다.

조선이 없는 지구는 필요 없으니 깨버리겠다 – 이것은 사실은 수령절대체제가 위협을 받으면 무슨 짓이든지 하겠다는 선언이다. 북한 핵무기는 전적으로 ‘김父子 체제’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가는 곳마다 우상화 선전물이 수풀처럼 솟아있다. ‘조선의 영원한 황제’를 꿈꾸면서 지은 것들이다. 그걸 왜 순순히 내놓겠는가. 바로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핵’이 필요한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을 위한 핵

외부 사람들은 북한의 우상화 선전물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이 된 이후에 만약 그것을 관리해야 한다면, 관리에만 국가 예산의 특별항목을 따로 만들지 않고서는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자기들이 황제로 살기 위해 주민들을 우매화시키고, 방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우상화 선전물을 만들어 놓았다. 통일이 되어 북한에 들어가 보면 남한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김정일은 그저 몇 대 하다가 그만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대대손손 부귀와 영화를 꾀하려고 만든 것들이다. 그래서 김일성이 죽은 지 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태양절’이니, ‘주체연호’니 하면서 떠받드는 것이다. 그런 ‘거대한 재산’을 김정일에게 물려주었는데, 김정일이 항복하면 끝장이 아닌가?

김정일 핵무기 보유 세 가지 이유

북한당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목적은 첫째, 김정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핵무기를 가져야만 미국이 이래라 저래라 못하고 공격도 막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김씨 왕족의 영원한 대를 잇고, 전국에 수풀처럼 깔린 우상화 선전물과 김부자의 재산을 지켜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목적은 남한을 인질로 잡아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이득을 챙기기 위한 것이다. 현재 북한은 한 손에는 핵을 들고 한 손에는 군사독재를 실시하면서 남한정부와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나락에 떨어져 있고 원자재와 에너지가 고갈되었기 때문에 자체로 회생하기는 불가능하다. 지금 북한이 ‘강성대국’ 건설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경제강국’을 세우는 것이다. 그 ‘경제강국’ 건설방법이란 미국과 남한, 그리고 주변국들로부터 핵무기를 빌미로 현금과 지원을 뜯어내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세번째 목적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 염전사상(厭戰思想 ; 전쟁을 기피하려는 사상)을 없애고, 김정일의 주위에 똘똘 뭉치게 하기 위한 내부결속용이다. “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군사강국이다. 미국이 덤벼들면 우리도 미국을 때릴 자신이 있다”고 선전함으로써 ‘김정일 장군님이 우리 인민들을 지켜준다’는 사상을 유포시켜 북한 주민들을 영원히 자기의 노예로 묶어두려는데 있다.

1차 핵 위기 때에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강연 자료를 수없이 내려 보냈는데, 강사들이 “조선이 없는 지구는 생각도 할 수 없다”, “지구를 깨버리겠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내심 “우리나라가 과연 뭘 가지고 지구를 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아마도 그때 벌써 김정일은 핵무기를 제조했거나, 거의 완성단계에 들어섰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김광수(평북출신, 2000년 입국)
김명호(함남출신, 2002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