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용의자로 北대사관·고려항공 직원 추가 확인”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경찰이 22일 북한 국적 추가 용의자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이들은 각각 말레이 주재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북한 고려항공 직원으로 밝혀졌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말레이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 경찰은 추가 용의자들로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고려항공 직원을 용의자로 보고 행방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바카르 청장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 이름은 ‘현광성’이며 고려항공 직원 이름은 ‘김욱일’이다.

바카르 청장은 “오늘(22일) 북한대사관에 연락해 용의자로 지목된 2등 서기관을 경찰에 출석토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용의자가 오지 않았다”면서 “말레이 경찰은 앞으로도 북한대사관에 북한 국적 용의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려항공 직원으로 확인된 용의자 김욱일에 대해 바카르 청장은 “말레이 경찰은 그가 아직 말레이에 체류하고 있다고 보고 추적 중이다. 이 용의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정보가 있다면 제보해달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말레이 경찰은 지난 19일 용의자로 공개한 북한 국적 리지우의 신원을 추적 중이다.

김정남 피살 사건 당일 말레이시아를 출국한 것으로 전해진 북한 국적 추가 용의자 4명에 대해 바카르 청장은 “말레이 경찰은 이들 4명이 말레이를 출국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이미 평양에 입국했다고 보고 있다”고 확인했다. 앞서 말레이 경찰은 19일 북한 국적 용의자 리지현·홍송학·오종길·리재남 4명의 신원을 추가 공개한 바 있다.

바카르 청장은 “말레이 경찰은 이 4명의 용의자들을 말레이로 송환해 수사에 임하게 해달라고 북한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 역시 오늘 북한 대사관에 연락해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당국은 아직까지 수사 협조를 위한 그 어느 증거도 제출한 바 없다”면서 “하지만 북한대사관이 반드시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당국과의 공동 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사건은 전적으로 말레이 정부 소관”이라면서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수사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모든 용의자 범행에 깊이 관여…‘장난인 줄 알았다’는 건 거짓”

말레이 경찰은 또 이번 피살에 연루된 모든 용의자들이 사건에 깊이 연루돼 있으며, 철저한 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특히 앞서 체포된 베트남·인도네시아 여권 소지 여성 용의자들이 ‘장난인 줄 알았다’ ‘예능 프로그램 촬영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데 대해 바카르 청장은 “결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바카르 청장은 “두 여성 용의자들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각본에 따라 남성(김정남)에게 접근했다”면서 “(당사자들이) 예능 프로그램 촬영인줄 알았던 게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을 보면, 여성 두 명은 범행을 위해 몇 차례 사전 예행연습까지 했다”면서 “북한 국적 용의자 남성 4명에게서 액체를 전달 받아 손에 바른 후, 이를 사망자(김정남) 얼굴에 바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두 여성 용의자들이 본인들이 취급한 물질이 독극물인 것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바카르 청장은 “CCTV 화면을 보면 여성 용의자들이 범행 직후 손을 펴들고 화장실로 가는 게 보인다”면서 “본인들이 만진 게 독성 물질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씻으러 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정남 시신 확인을 위해 그의 가족이나 친지가 접촉 시도를 했느냐는 질문에 바카르 청장은 “사망자의 그 어떤 가족도 직접 경찰에 출석해 시신을 요구한 적 없다”면서 “관련한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 무근”이라고 못 박았다.

앞서 일부 언론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마카오에서 말레이 쿠알라룸프르행 항공기를 탑승했고, 실제 영안실이 있는 병원에 들어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카르 청장은 “언론들의 근거 없는 보도를 갖고 억측하는 건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혈연관계가 있는 가족이나 친지가 있으면 누구든 와서 DNA 표본을 제출해주길 바란다”면서 “가족이나 친지가 나타난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서 신변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솔의 ‘말레이행’ 추측 보도가 나왔을 당시 영안실이 위치한 병원에 특수부대가 배치된 이유에 대해 바카르 청장은 “신원이 불분명한 누군가가 영안실에 잠입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사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특수부대원들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체포된 용의자들 중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용의자 시티 아이샤의 남자친구로 확인된 무함마드 파리드 잘랄루딘은 오늘 출소한다고 말레이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북한 국적 리정철과 도안 티 흐엉, 시티 아이샤는 구금 상태로 수사 중이며, 수사에서 나온 진술은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