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4만원 생계비로 직업교육 버티기 힘들어”

▲ 취업박람회에 참가해 면접을 보는 탈북자들

탈북자들의 남한정착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취업문제다.

물론 정부는 탈북자의 사회적응을 위해 취업 부문에 정책 주안점을 두고 있다. 탈북자들의 직업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노동부는 지역 고용안전센터에 탈북자 코너를 개설하고 직업훈련과 취업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직업교육기관들과 연계된 교육 방안도 도입했다.

이러한 정부의 탈북자 교육과 취업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직업훈련 교육이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년 전부터 탈북자직업상담과 취업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탈북자동지회 이철민 씨는 “직업훈련학교가 없어 교육받기 어렵다고 호소하는 탈북자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온다. 한 해에 2천명씩 쏟아지는 데 맞게 신규 직업전문학교들이 증설되지 않아 훈련기관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1만 명 시대에 맞게 직업교육기관을 늘리는 게 시급한데도 노동부는 기존 직업학교를 챙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동부 서울 남부고용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직업학교 예산은 현상유지 수준이다. 직업학교 탈락률이 적지 않아 특별한 예산 편성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졸업률이 저조해 훈련 예산과 방법 등에서 새로 확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적지 않다.

직업교육이 차질을 빚고 있는 지역은 서울과 경기지역이다. 탈북자 60~70%가 집중적으로 모여 사는 서울·경기지역에는 직업훈련학교의 수가 과거와 변화가 거의 없다. 직업학교가 모자라 수십 명씩 줄을 서는가 하면 자기 지방이 아닌 다른 지역에 가서 직업훈련을 받는 탈북자들도 있다.

노원구 거주 한 탈북자는 근처에 자기가 요구하는 직업학교가 없어 몇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다른 지방에 가서 남한사람들과 ‘실업반’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업학교들은 남북한 교육수준 및 언어의 차이를 고려해 남한사람들은 ‘실업반’에서, 탈북자는 ‘단독반’을 따로 개설하고 교육시킨다.

‘단독반’은 10~20명을 단위로 진행하고 있으며, 직업훈련기관은 이들 출석률이 50%이상이면 개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노동부는 탈북자들의 졸업률과 탈락률에 따라 직업학교의 예산을 조정하기 때문에 학교는 탈락률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탈북자가 중도에서 포기하면 본인은 물론 훈련기관에도 손해가 되고 있다.

탈북자 직업훈련 포기 4가지 요인

탈북자들이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훈련 뿐만 아니라 정확한 취업정보 제공도 필요하다. 이것과 함께 각각의 취업 열의와 준비기간 동안 생활고 해결, 성실한 같은 마인드 컨트롤도 필수적이다.

우선 정보의 결핍에서 오는 잘못된 정보의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한 달에 150만원을 벌 수 있다” “나와 큰 사업을 해보자”는 식의 유혹이 가해지면 큰 돈 벌 욕심에 중도에서 그만두게 된다.

턱없이 적은 생계비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자들이 받는 월 34만원의 최저생계비는 주택임대료와 전화비, 관리비 내기도 빳빳하다.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까지 하자니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 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직업훈련을 받는 동안 생계비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훈련수당도 문제다. 훈련수당으로 받는 돈은 해당 동사무소에서 소득으로 보고 생계비에서 공제하고 있다.

특히 탈북자 집중주거지역인 서울 노원, 양천, 강서구 동사무소에서는 세대주의 경우, 훈련수당 30만원 중 식비와 교통비를 제외한 나머지 15만원 가량을 소득으로 보고 생계비에서 공제해 지불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 다 지불해야 할 액수가 많아지면 직업학교에 다녀도 안 다녀도 같다는 심리가 작동돼 중도에서 포기하게 된다. 물론 광주나, 대전과 같은 광역도시에서는 훈련수당을 문제 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탈북자 지원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맡겨 지방마다 다르다.

마인드 콘트롤도 중요하다. 특히 자신감 부족은 탈북자들의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위축시킨다.

탈북자들은 처음 쉬운 것도 어렵게 받아들이고 쉽게 좌절하는 심리가 있다. 예를 들어 직업훈련에 참가하지만 주위의 남한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말 한마다에 쉽게 상처를 받고, 또 농담에도 쉽게 성을 내고 왕따를 당하고 학교를 포기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정서가 틀리고, 중국과 제 3국에서 숨어살면서 생긴 심리적 불안감 때문에 두려움과 기피증을 동반한 회피심리가 존재한다.

탈북자 취업에서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탈북자들 스스로 뚜렷한 목표와 희망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직업훈련을 받아도 취업할지가 불투명한 점도 중도탈락을 자초하고 있다.

당초 직업학교를 졸업하면 취업이 될 것처럼 생각하지만, 자격증을 딴 남한사람도 취직하기 어려운데 하물며 탈북자에게 기회가 오겠는가 하는 것이다. 기업과 탈북자들을 연결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탈북자 지원단체 관계자는 “탈북자들과 기업들을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원만히 작동되지 않는다. 탈북자들은 정보가 부족해 자격증이 있더라도 자기발로 기업을 찾아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계속하여 “탈북자들이 직업훈련이나 취업과정에 생기는 어려움을 우리에게 호소한다. 통일부가 취업보호 담당관들에게 이 문제를 위임했지만, 자기 구실을 원만히 못하는 것이다. 그럴바에는 탈북자 단체에 그들의 민원을 맡을 수 있는 부서를 만드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령 탈북자와 가족 단위 탈북자를 위해 취업시설과 주거를 연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국내 입국한 한 탈북자는 “탈북자들이 직업학교를 졸업하고도 공단과 같은 곳에 연결시켜 주면 주거문제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 직장과 주거단지가 하나로 어울릴 수 있도록 직장근처에 임대주거 단지를 조성해 탈북자들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가족단위로 나오는 탈북자들이 많은 조건에서 그들에게 농공단지와 같은 자활구역을 만들어 주어 자립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