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연설 ‘김일성 판박이’…효과는 글쎄”

김정은이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행사에서 20여 분간 대중 연설을 진행했다. 김정은의 육성이 최초로 공개된 연설에 대해 탈북자들은 “신통하게 김일성을 닮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김정은은 고개숙인 채 김일성 민족을 강조하고 선군정치 등을 이어갈 것이란 내용의 원고를 읽었다. 김정은은 연설 내내 몸을 건들건들 흔들었고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패기가 없었다. 또한 최고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를 느끼기 어려운 연설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연설 영상을 본 탈북자들은 하나 같이 “김정은이 김일성과 똑같은 목소리와 제스처를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연설 마지막에 김정은이 “앞으로!”라고 외치며 오른쪽 검지 손가락으로 내리긋는 제스처는 김일성이 과거 연설에 자주 보이던 제스처라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특히 탈북자들은 김정은이 문장 끝마다 고개를 들어 대중들을 바라보고,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연설하는 모습이 김일성과 ‘판박이’라고 말했다. 


고위 군관 출신 김철민씨는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김정은의 겉모습과 목소리, 몸을 좌우로 흔들며 연설하는 모습, 문장끝 고개를 드는 모습 등의 제스처가 신통하게 김일성과 닮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 씨는 김정은 측근들이 흰색 군복과 전투모를 착용하고 주변에 서있는 것도 김일성 시절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룡해·이영호·장성택 등은 김일성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전승열병식에서 대중연설을 할 당시 착용했던 흰색 군복을 입었다. 당시 6·25 전쟁 전후로 김일성과 그의 측근들은 흰색 상의 군복과 군청색의 바지 등을 착용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탈북자 최인혜 씨도 “김정은의 연설을 보고 김일성이 떠올랐다”면서 “연설 마지막 김정은의 손짓은 김일성 기록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면서 “김정일은 손짓은 전혀 안 했지만 김일성은 손짓을 많이하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이 같은 김정은의 김일성 ‘판박이 연설’을 통해 김일성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을 ‘잘 살던’ 시대의 지도자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북한 주민들이 젊은 김정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지만 이번 김일성식 연설을 통해 어느 정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면 이런 이미지 메이킹은 쇼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씨도 “‘혹시나’하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지만 체제 변화가 없으면 더 이상 기대감은 갖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김정은이 김일성을 따라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려는 속셈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