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이 5일 오후 6시부터 총 4시간 12분간 북한 김정은과 접견 및 만찬을 가졌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접견과 만찬은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이뤄졌으며, 남측 인사가 조선노동당 본관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선 협의의 ‘결과’가 있었고,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에 대한 비핵화 방법론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접견에는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참석했고, 이어 진행된 만찬에는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창선 서기실장이 배석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협의라 할지, 합의라 할지 모르겠지만 ‘결과’가 있었고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많은 얘기를 충분히 나눴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접견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논의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랬을 것”이라면서도 ‘비핵화 3단계론’을 제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논의 여부와 관련, “그에 대한 것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밤 늦게 특사단으로부터 이 같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은 6일 후속 실무회담을 진행한 뒤 이날 저녁께 귀환해 문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이후 특사단은 미국 측과 일정을 조율해 이르면 이번주 중에 워싱턴을 방문, 방북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김정은 ‘우리 민족끼리’ 거듭 강조…”수뇌 상봉, 만족한 합의”
한편, 북한 매체들도 이날 일제히 김정은과 특사단의 접견 및 만찬 소식을 전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5일 평양에 온 우리 특사대표단 성원들을 접견했다면서 대표단 일행과 “북남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시키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누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세계가 보란듯이 북남관계를 활력있게 전진시키고 조국통일의 새 역사를 써나가자는 것이 우리의 일관하고 원칙적인 입장이며 자신의 확고한 의지”라고 거듭 표명했다.
김정은이 ‘우리 민족끼리’를 언급하며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강조한 것은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에 틈을 벌리려는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통신은 김정은이 특사단으로부터 ‘수뇌 상봉'(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뜻을 전해듣고, 특사단과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만족한 합의를 보았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해당 부문에서 이와 관련한 실무적 조치들을 속히 취할데 대한 강령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부연했다.
통신은 또 “조선반도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북과 남 사이의 다방면적인 대화와 접촉,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심도있는 의견”을 나누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비핵화나 북미대화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김정은이 이날 접견에서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도 전하지 않았다.
이밖에 통신은 김정은이 평창 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전한 특사단에 사의를 표하고 “한 핏줄을 나눈 겨레로서 동족의 경사를 같이 기뻐하고 도와주는 것은 응당한 일”이라며 “이번 겨울철올림픽경기대회가 우리 민족의 기개와 위상을 내외에 과시하고 북과 남 사이에 화해와 단합,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마련해나가는 데서 매우 중요한 계기로 되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