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한글 김 씨 일가 창제’ 착각 일으키도록 선전”

70년 이상 지속된 분단으로 인해 남북 간의 언어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 한글마저 체제 선전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2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 미디어’ 분석에서 “북한은 한글의 우수성을 주민들에게 알리면서 체제 선전도 하고 있다”며 “김씨 일가가 우리 글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민족의 자랑 조선어’라는 기사를 통해 “조선어(한글)는 오랜 력사적(역사적) 뿌리와 우수한 구조적 특성을 가진 세상에 자랑할 만 한 언어이다”면서 “조선어의 우수성과 민족적 특성은 절세 위인들의 현명한 령도(영도)아래 더욱 더 빛을 뿌리게 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신문은 “(김일성이) 우리 민족어를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식민지 동화 책동을 감행하던 일제를 때려 부수고 잃을 뻔했던 우리의 말과 글을 찾아줬다”며 “우리 말 속에 남아있던 사대주의, 교조주의적 잔재들을 말끔히 가셔내고 그것이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문화어로 활짝 꽃펴나도록 세심히 이끌어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절세 위인(김일성·김정일)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의 사상과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우리의 말과 글은 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며 “오늘 최고령도자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하여 더욱 세련되고 풍부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를 이어 한글을 변화·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으로 세습 체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선전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한글 창제에 대한 세종대왕의 업적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은 훈민정음에 대해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우리나라의 고유한 글자이다”며 “당시 매우 높은 언어학적 리론(이론)과 우리 인민의 오랜 글자 생활에서 쌓은 실천적 경험에 기초하여 만든 가장 발전된 자모문자이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만, 북한은 세종대왕이 봉건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새 글자를 만들었다며 그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봉건왕조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태 공사는 지난 2005년 남북이 공동으로 편찬을 추진했다 북한의 비협조로 중단된 ‘겨레말 큰사전’에 대한 작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 전 공사는 “남북이 분단된 지 70여 년을 넘으면서 말의 역사까지 달라지는 가슴 아픈 현실에 놓여 있다”며 “남북이 우리 말을 하나로 통일 짓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때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지난 10월 9일은 남한에서 세종대왕님이 우리 글자를 만드신 것을 기념하는 한글날이였습니다. 남한에서는 한글날이 국가적인 휴식일로 되어 있습니다.

사실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에 계시는 세종대왕님의 동상을 보고 그분이 누구인지 못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세종대왕님을 존경하는 한국사람들의 정서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북한에서 학교에 다닐 때 역사시간에 선생님이 얼핏 우리 글자는 세종대왕님때 만들어졌다고 애기하신 것은 생각납니다. 그러나 세종대왕님이 직접 관여하시고 창제하시였다는 것은 한국에 와서야 똑바로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서는 한글날을 맞으며 많은 단체들이 우리 말모이 운동을 벌리고 있으며 일제 때 우리 애국자들이 우리 글과 언어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말모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글자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선전하면서도 마치도 김 씨 일가가 우리 글을 만들고 발전시킨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 글과 관련한 북한 노동신문 2018년 4월 29일자에 실린 기사 ‘민족의 자랑 조선어’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학자들도 ‘조선의 글자는 세계의 다른 글자들과 비교할수 없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있다’, ‘만일 말과 글로 한 민족의 문화정도를 잰다면 조선이 지구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문화의 첫째가는 자리에 설것이다’, ‘조선글자는 배우기가 쉽고 간단하며 표현능력이 강하다’, ‘(세계가) 우리 글자의 우수성에 대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고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분부터 눈여겨 볼 대복입니다.

신문은 “조선어의 우수성과 민족적특성은 절세위인들의 현명한 령도아래 더욱더 빛을 뿌리게 되였다”며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우리 민족어를 완전히 없애버리려고 그토록 야만적인 식민지동화책동을 감행하던 일제를 때려부시고 잃을번 하였던 우리의 말과 글을 찾아주셨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김일성이) 우리 말속에 남아있던 사대주의, 교조주의적 잔재들을 말끔히 가셔내고 그것이 혁명적이며 인민적인 문화어로 활짝 꽃펴나도록 세심히 이끌어주시였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신문은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북과 남이 다같이 고유조선말을 기준으로 삼고 언어의 기본대를 세우며 외래어와 한자어를 정리하여 우리 말로 바꾸는 원칙에서 언어를 발전시킨다면 언어의 이질화를 막고 그 순결성을 지켜낼수 있을것이라고 가르쳐주시였다”고 말했습니다.

신문은 이어 “절세위인들의 숭고한 애국애족의 사상과 따뜻한 손길이 있었기에 우리의 말과 글은 발전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할수 있었다”며 ” 오늘 경애하는 최고령도자(김정은)동지에 의하여 더욱 세련되고 풍부화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되어 있으니 우리 글자를 누가 만들었지는 알수 없고 주민들은 얼핏 들으면 김 씨 일가가 한글을 만든 줄로 착각하게 됩니다.

지금 세계에는 약 3000개 민족이 7000개 언어를 쓰며 살지만 쓰는 글자는 28가지만 남았고 그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글자는 우리 글자뿐입니다.

지금 우리는 조국 분단 70여 년을 넘으면서 말까지 달라지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보고 있습니다.

‘겨레말 큰사전’ 을 남북이 함께 편찬하기로 2005년에 합의했지만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 떄문에 아직 추진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남과 북이 우리 말을 점차 하나로 통일짓기 위해 다시 마음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빨리 겨레말 큰 사전을 하루 빨리 만들어 남과 북의 언어부터 점차 통일시켜 나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