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배우들, 南정착 애환 연극 통해 직접 조명



▲새조위(대표 신미녀)는 14일부터 3일간 대학로 서완 소극장에서 남북사회통합을 위한 연극 ‘자강도의 추억’을 선보였다. 신 대표는 ‘연극’이란 매개체를 통해 한국 사회 내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연극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사진=김혜진 인턴기자

“내가 북한에서 온 걸 어떻게 알았어? 다른 애들은 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것을 알면 놀리고 괴롭혔는데, 넌 내가 신기하지 않니?…(중략)…사실 내 꿈은 친구를 사귀는 거야. 은별아 나랑 친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집단 따돌림(왕따)을 당한 여고생 ‘진희’ 역을 맡은 탈북민 배우 박주양 씨는 탈북민들의 정착 경험을 소재로 한 연극 ‘자강도의 추억’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새롭고 하나 된 조국을 위한 모임’(새조위, 상임대표 신미녀)이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한 이 연극은 14일부터 3일간 대학로 서완 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다.

연극은 건설현장 인부(김혁수(최철호 분))와 가사도우미(김설화(강화록 분)) 등의 자강도 출신 탈북민들과 탈북 여고생의 남한정착 과정을 그린 순수 창작극이다. 실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탈북민 배우들과 KBS 성우 출신 배우들이 함께 출연했다.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문화적 공감대 형성과 남북 간의 정서 교류 및 민족정체성 강화를 목적으로 기획됐다.

3명의 탈북민 배우는 공연 전 합숙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대에 선 경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맡은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탈북민의 애환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박주양 씨는 “극에서 연출된 상황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라면서 “공연을 본 분들께서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정착을 잘 할 수 있도록 (앞으로) 편견 없는 마음으로 (탈북민들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을 본 최효명(가명, 2010년 탈북) 씨는 “북한 출신이기 때문에 그동안 이상한 시선을 낀 적이 많았는데, 그런 생각이 나서 눈물을 참을 수 없어 계속 울었다”면서 “내 고향은 북한이 아니라 그냥 양강도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는 “남한 분들도 전라도에서, 혹은 충청도에서 태어난 사람 등 다양하지 않느냐”면서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상하게 보지 말고, 이 연극의 제목처럼 조금 다른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남한 출신 김윤정(30·경기도 거주)씨도 “연극을 보기 전까진 탈북민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면서 “실제 많은 탈북민들이 연극 속 내용처럼 힘들게 살아가신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고 했다.

또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으로 “목숨 걸고 북한에서 데려온 딸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사실을 몰랐던 어머니가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표출했던 장면”이라면서 “한국 사회가 다른 사람들의 마음, 특히 자신들과 조금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한편 공연을 기획한 새조위 신미녀 대표는 “새조위 남북언어문화연구소에서 탈북민 언어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평가방법을 고민하다 ‘연극’이라는 매개체를 생각하게 됐다”면서 “북한관련 연극은 보통 수용소나 탈북과정을 소재로 하는데, 이번 공연은 탈북민들의 남한정착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신 대표는 “연극은 한국사회의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제작했다”면서 “새조위에서도 ‘통일연극단’이 만들어졌는데, 이 연극단이 앞으로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후 사회통합을 하는 데도 일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