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협상 미루는 北…기싸움인가? ‘새로운 길’ 모색인가?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미군사훈련이 끝났는데도 북미협상이 재개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으로 볼 때, 미국의 협상 제안에 대해 북한이 답을 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6월 30일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 당시 2-3주 안에 열기로 했던 북미 실무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을 이유로 협상에 부정적이더니 한미군사훈련이 끝난 뒤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의 한국 도착 등 군사위협을 이유로 대화에 미온적이다.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대화에 부정적인 뜻을 비추고 있다. 8월 31일 나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잠시 보자.

폼페오의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으며 예정되어 있는 조미실무협상 개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북한이 불량행동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 이유지만, 한미군사훈련에서 시작해 F-35A 남한 도입, 다시 폼페이오의 발언으로 계속 이유를 바꿔가며 북미실무협상에 미온적인 것을 보면 북한이 협상에 나설 뜻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갖게 된다. 미국은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해보자는 것인데 북한은 그러한 만남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북미는 지금 기싸움중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협상을 앞둔 북미 간의 ‘기싸움’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다.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즉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기존 입장을 바꾸고 협상장에 나오게 하기 위해 협상 자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 양측이 지금 단계에서 만나봤자 하노이 결렬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인 만큼,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최선의 협상 전략이라고 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싸움이 정말 협상 전 기싸움으로 그칠지는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 지역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북한은 영변 비핵화 이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기존 입장에서 물러섰다는 징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간 입장이 좁혀진 것이 없다. 북한이 지금 보여주는 협상 태도는 북한이 원하는 협상판이 마련된다면 협상에 나서겠지만, 원하는 협상판이 아니라면 협상을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보인다.

북한, 협상에 목매고 있지는 않아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올해 말까지로 제시했다. 이제 불과 4개월도 남지 않았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인데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는 것 자체에 미온적인 것을 보면, 북한은 협상 시한을 넘기는 것도 어느 정도 각오한 것 같다. 최선희 제1부상이 담화에서 밝힌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북한)의 기대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말이 단순한 위협용 빈말이 아닌 것이다.

북한이 협상시한을 넘겼을 때 선택할 길은 무엇일까?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바 있다.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길’은 무엇일까? 내년 본격적인 미국 대선 시기를 맞아 트럼프 정부가 강경한 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으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거나 혹은 실제 시험 발사를 통해 확고한 군사전략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일 것이다.

앞으로 남은 4개월 안에 북미협상의 기회가 있기는 있을 것이다. 실무협상이든 고위급회담이든 북미가 최소한 한 번 이상 만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추론일 것이다. 하지만, 북미 간 만남이 이뤄진다고 해서 첨예한 대립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정부로서는 언젠가 재개될 협상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지만, 협상의 동력이 소진되고 위기로 갈 경우를 상정한 플랜B에 대한 대비도 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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