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경제부 일꾼 5명, 국가정책 비난한 죄로 지난 7월 처형

국가보위성 주관으로 비공개 총살…입단속에 묻혔다 조직행정부 신설로 다시금 회자

중앙당 경제부 간부 5명이 지난 7월 30일 국가의 경제정책을 비난했다는 죄로 비공개 처형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데일리NK

지난 7월 말 북한 당국의 경제정책을 비난했다는 죄로 중앙당 경제부 소속 간부 5명이 한꺼번에 처형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중앙당 경제부 간부 5명이 당의 경제 정책을 비난한 반당종파 행위자로 낙인찍혀 지난 7월 30일 국가보위성에 의해 비공개 총살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일명 ‘삼두마차’라고 불리는 경제부 인텔리 3명과 이들과 함께 많은 실무적 일을 처리해온 2명 등으로, 지난 7월 중순 평양 만경대구역 광복지구상업중심(전 광복백화점) 내 밀실에서 가진 퇴근 후 식사 및 술자리에서 국가경제와 당의 정책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것이 문제시돼 처형됐다.

실제 이들은 약 세 차례에 걸친 모임에서 “대내외 정책의 키를 근본적으로 확실히 틀지 않으면 나라의 경제는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 “무역은 모두 숨어서 해야 하고 외국은행들과 거래도 동결되니 발전적 모양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 국면의 방향타를 돌려 대외 협조를 구하면서 인민생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선 인민 경제부터 정상화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돌아가는 공장들 중 경공업, 인민생활 소비품 공장은 소수점에 이를 정도다” “90% 이상이 군수산업인 국가경제의 공정 구조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국가의 경제 구조적 한계점에 대해서도 논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내용은 평소 이들에게 자격지심을 갖고 있던 경제부 부부장이자 기관 세포위원장의 귀에 들어가면서 문제로 불거졌다.

능력을 높이 평가받는 5인방을 항상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그는 앞서 이들이 모인 사실을 알아채고 곧바로 5인방 중 나이가 가장 어리면서 자신보다 후배인 한 일꾼을 불러내 대화에서 오고간 내용을 캐냈다고 한다.

세포위원장은 “평소 당에서 동무를 좋게 보고 있으니 당 정책적으로 좋은 방도가 있으면 기탄없이 설명하거나 당에 제기해도 된다”며 구슬렸고, 불려간 일꾼은 대화 내용을 말해준들 세포위원장이 어쩌지 못하리라 생각하고 마지못해 5인방 사이에서 오간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해줬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대화 내용은 ‘최근 개별적 당원들에 대한 당 사상동향 보고’로 조직지도부 내부선으로 보고돼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까지 닿았고, 이후 곧바로 국가보위성이 움직여 이들을 체포하고 나섰다.

소식통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5인방은 체포 당일 어김없이 경제부로 출근했는데 오전 8시 독보가 끝나고 8시 30분 조회시간에 갑자기 국가보위성 사복 착용 인원들이 들이닥쳤다”며 “보위성은 이들을 각각 독방에 넣고 조사해 자백을 받아냈고, 이들의 죄행은 원수님(김정은 위원장)께도 보고됐다”고 했다.

사안을 보고 받은 김 위원장은 “양봉음위(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는 뜻의 사자성어)하는 자들은 3대를 멸족시켜도 좋다”고 말했고, 이후 불호령이 떨어져 5명 전원이 한날한시에 비공개 실내처형을 당하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후 이들의 가족은 가장 악명높다는 함경남도 요덕의 정치범수용소(15호 관리소)로 이송됐다는 전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 하에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가 열렸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 사건은 북한 당국의 철저한 입단속으로 묻히는 듯했으나, 최근 사법·공안 기관에 대한 당적 통제를 담당하는 조직행정부가 신설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조직행정부의 표적이 되는 국가보위성 내부에서 이 사건이 회자되면서 다시 말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국가보위성 내에서는 ‘경제일군(일꾼)들을 처형한 뒤에 열린 전원회의에서 그들이 말한 대로 경제사업의 결함들을 인정하지 않았느냐’며 ‘우리도 언제든지 타격 대상이 될 수 있고 앞날이 어찌 될지 모른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당 중앙위원회는 전날(19일) 열린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됐던 국가경제의 장성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며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한편, 이 사건을 전해 들은 중앙당 일꾼들 역시 김정일 사망 직후로 되돌아가는 듯한 느낌이라며 공포감과 두려움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장군님 돌아가신 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밤새 안녕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는데 중앙당 일꾼들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어떤 의견조차 낼 수 없는 처지라고 말하고 있다”며 “8차 당 대회를 맞으면서 조직행정부가 기강을 잡으려는 분위기라 더욱 삼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