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무국적 꽃제비’가 늘고 있다

탈북자, 특히 여성의 중국체류가 장기화 되면서 중국인과 탈북자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의 국적취득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은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국적취득의 어려움 △탈북 어머니의 강제북송 △중국인과 여성 탈북자 사실혼 관계 청산 △탈북자 한국행으로 중국인들의 책임회피 때문에 ‘무국적 꽃제비’가 되고 있다.

중국 거주 북한 어린이의 무국적 떠돌이 실태를 알아본다.

사례 1. 김춘화(가명 45 여)

1998년~2000년 중국 연변지구에는 조선족과 결혼한 탈북여성이 많았다. 태어난 아이의 중국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중국돈 3000위안~5000위안이 들었다. 그러나 관계당국으로부터 부모 중 한명이 탈북자로 들통나면 벌금 등의 처벌을 받기 때문에 돈을 주고도 국적취득이 어려웠다. 한족 아버지를 둔 아이들의 경우도 당국의 관계가 있거나 돈이 있지 않으면 국적취득이 어려웠다.

97년 탈북한 내 딸도 흑룡강성에 있다가 20살에 중국 조선족과 결혼해 딸을 하나 두었다. 올해 6살이다. 얼마 전 중국 소식통을 통해 5000위안을 파출소(공안국)에 내면 호구(호적)에 입적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못했다. 딸의 중국 내 불안한 생활을 보다 못해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다른 사람과 결혼시켰기 때문에 손녀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딸의 남편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사례 2. 최숙경(가명 36 여)

2004년 7월에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 오기 전 중국 조선족 사이에 5살 난 아들이 있었다. 중국 당국에서 무국적인 아이들을 국가에서 보조해 1300위안을 내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내 아이는 남편이 파출소(공안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지만, 나는 탈북자 신분이라 조건이 안된다고 해서 취득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탈북자들도 1만위안~3만위안이면 국적을 살 수 있었다. 파출소에서도 북한 사람인 것을 알아도 눈감아 주고 호구를 올려줬다. 북한사람과의 거래를 통해 돈을 벌기 때문에 파출소에서 모른 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대적인 단속이 있을 경우 국적을 취득했다 하더라도 대부분 가짜거나, 진짜라 하더라도 이미 없는 사람의 호구(호적)를 주기 때문에 잡히면 끝장이다. 그러나 중국 국적을 취득한 아이는 그렇지 않다. 가장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 주변의 대다수의 아이들은 모두 부모로부터 버려졌다. 탈북 여성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빈곤층이거나 인격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탈북 여성이 한국으로 가거나 잡혀가면 남편이 경제적 빈곤을 이유로 아이들을 버린다. 대다수 아이들은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게 된다.

그러면, 중국의 법은 어떻게 되어 있나. 중국 국적법에는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대다수 아이들이 버려져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 구출사업을 벌여온 <두리하나선교회> 천기원 목사는 “탈북자들이 잡혀 북송되거나 사라지는 경우, 술•놀음 등으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중국인들은 인격적, 경제적으로 문제가 많아 아이들을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행에 성공한 탈북여성 중 상당수가 중국인과의 사이에 아이를 두고 있으나, 경제적 이유, 결혼생활 등으로 아이를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적법상 국적취득 가능, 현실은 국적 담당자에 달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박사는 “중국인과 탈북자 사이의 아이는 중국 국적법에 의해 국적취득이 보장되어 있지만, 아이가 실제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취득 담당자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 호구도 많고 이미 사망한 사람들 호구(호적)를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국적법 제4조는 ‘부모의 쌍방 또는 일방이 중국의 공민이고 본인이 중국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중국의 국적을 취득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인과 북한인 부모를 두고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자동적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또 중국 국적법 제7조에는 ‘외국인 또는 무국적인 자가 중국의 헌법 및 법률을 준수할 의사표시를 하고 다음 각 호의 1의 조건을 구비할 경우에는 허가신청을 얻어 중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각호의 1은 중국인의 근친인 자가 자동적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청하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재성 기자 jj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