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 극단 이념대결 덧셈 정치로 풀어야

우리 사회에 보·혁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남북관계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전형적인 안보 갈등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에서도 이념대립을 본질로 하는 분열과 대립이 온 나라를 멍들게 하고 있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에 가장 큰 장애가 소모적인 정쟁과 극단적인 이념갈등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한국사회의 이념대립 뿌리는 깊다. 그것은 분단이라는 상황 아래서 북한이 불순한 자양분을 공급하면서 시나브로 커왔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우리사회의 갈등과 대립 원인을 외적 조건에서 찾는 것이며 그 내적인 동인은 미숙한 사회가 너무나도 조속히 분출하면서 야기된 측면이 짙다.


자유와 민주의 철학적 기반과 진정한 의미를 모른 채 그것을 방종과 무질서로 착각하면서 그릇된 자유와 민주의식을 키워왔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의 혼란에 직면케 된 것은 아닌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대 한국정치를 통해 미숙한 사회가 급속히 분출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촉발했던 시기는 크게 보아 두 차례 있었다. 해방 직후의 해방공간 시기와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가 여기에 해당한다. 해방공간 시기 대중들의 자유의식은 방종과 유사했다.


이전의 봉건주의 조선시대와 일본의 제국주의가 민초들이 경험했던 체제의 전부였기 때문에 해방을 맞이하면서 하루아침에 압제의 부재를 목도한 민중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바’ 그 자체를 자유로 알았으며 이에 따라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무질서가 만연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사회도 흡사했다. 오랜 세월 군사독재 하에서 억눌렸던 집단 이성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면서 한국 민주주의는 급속히 성장해갔다. 하지만 분단이라는 상황과 결부되면서 사상의 자유는 ‘사상의 방종’으로 내달으면서 민주주의의 순항을 오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 북한은 한반도 공산화 전략을 추진하며 간첩 침투, 한국 내 지하당 조직 등을 획책하고 한국에서의 반정부 소요사태를 도모해왔다.


최근 적발된 ‘왕재산’이라는 간첩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은 한국사회 전복과 한반도 공산화 야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지령을 받거나 북한 중심의 통일을 도모하는 자들이 한국사회 내부에서 자유롭게 국가전복을 도모할 수 있었던 까닭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가 사상에 대해 과도한 관용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상의 자유와 맹목적인 민주주의 떠받들기가 불순 이념도 묵인하는 풍조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정부를 반대하는 생각이나 행위들은 민주적인 것이며 실천하는 지성이라는 그릇된 멋스러움이 젊은 세대들에게 만연하고, 보수적이며 안보 우선적인 사상들은 파쇼적이고 ‘꼴통적’인 사고로 매도당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시류를 정쟁 차원에서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예컨대 천안함 폭침·연평도 피격사건을 둘러싸고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공방이라든지 북한인권법 제정을 포함한 남북관계 쟁점, 제주 해군기지 건설쟁점 등의 외교안보 이슈뿐 아니라 무상급식 주민투표 쟁점, 곽노현 교육감 스캔들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념대립을 부추기며 국민들을 혼란케 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 및 대선과 관련하여 ‘밀리면 끝’이라는 극단적인 위기의식 하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이념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이념대결이 가져올 우리 사회의 위기에 대한 필자의 진단이 결코 민주화 혹은 민주주의의 폐단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자유와 민주의 가치와 의미를 왜곡하면서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대립의 정치, 뺄셈의 정치를 조장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를 우려한다.


정치세력들에게 권력투쟁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본이 돼야할 건 국민들에 대한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것은 정치세력의 존재 이유이다. 국민들을 두 갈래, 세 갈래로 분열시킨 후 정권을 잡으면 반대편 국민들은 또 다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투쟁할 것이며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은 일상화하고 말 것이다.   
 
이제 곧 한가위 명절이다. 한가위 명절은 하나됨을 상징한다. 올 명절에는 기상 사정으로 보름달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한가위 보름달을 떠올리며 우리 국민들이 분열과 갈등을 씻고 화합과 통합으로 어우러질 수 있기를 기원해보자. 둥근 보름달로 상징되는 한가위 명절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모두 둥글게 화합하여 선진국 도약에 매진하라는 것이 아닐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