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北 경제가 성장하려면 ‘自力’보다 ‘資本’ 앞세워야

2018년 10월경 촬영된 평안남도 순천 지역의 모습. 완장을 차고 순찰을 돌고 있는 시장 관리원과 자전거를 끌고 가는 북한 주민, 소달구지 등이 눈에 띈다. / 사진=데일리NK 내부소식통

통일부는 국제기구의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에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했다. 여러 논란 중에도 당장 배고픈 북한 주민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고마운 결정인데 남측의 지원 결정에 되레 북한 당국은 환영보다는 ‘인도적 지원보다 근본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식으로 딴지를 걸고 있다. 또한 주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원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강국’이라는 허황된 구호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북한 경제 형편에서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자력갱생’을 외칠 때가 아니다. 생산과 소비의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경제 전반에 활력을 돋을 수 있는 자본을 공급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려면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량을 늘이거나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한 국가의 경제 총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방법은 생산요소의 투입을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농업생산은 토지와 자본, 노동이 중요하고, 산업에서는 토지보다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이 있어야 원자재도 구입하고 설비도 개선할 수 있다.

북한지역에서도 2000년대 이후 공식 시장이 형성되고 개인수공업자들이 증가하면서 민간 부분의 자본 투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됐다. 계획 경제시기에는 국가의 공급에 의존하여 할당된 지표와 수량만큼 생산하면 되지만 시장이 형성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지금 북한 중앙은행에서 공급하는 국가 예산은 규모가 너무 작아서 정상적으로 생산과 건설을 진행하기 어렵다. 외부의 투자나 돈주들의 개인자본 없이는 공장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계획경제 시기 북한지역의 산업은 중공업 제품 생산을 위한 산업 위주로 발달했다. 군수공업의 바탕이 되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발전 전략을 세우면서 주민 생활에 필요한 경공업 부분의 발전은 지체됐다. 발전은 고사하고 생필품 부족이 일상화됐다. 이러한 기형적인 산업구조는 1990년대 중반 수백만 명이 사망하는 경제난의 배경이 됐다.

평양으로 가는 길 어느 한 마을의 비공식 ‘메뚜기장’. 수십 명의 주민들이 물건을 매매하기 위해 빼곡이 서 있다. /사진=아이디 龙五*狼之吻 중국 블로거 제공

그러다가 1990년대 이후 시장이 확산되면서 개인 소유권이 확립되었고, 부유한 상인이 많이 발생했다. 평양, 평성(평안남도), 신의주(평안북도), 나진-선봉지역 등 대도시 위주로 유통업과 개인수공업이 발달하면서 도시 구성원들의 삶의 조건도 개선될 수 있었다. 시장에서 성장한 신흥 돈주들이 공장과 건설업 등에 투자를 늘리면서 지역 전체의 경기가 좋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렇게 자본의 투자가 증가해서 생산이 진행되면 공급이 증가하고 시장이 활성화 된다. 시장이 잘 돌아가면서 지난 20년간 유통업과 개인수공업 분야에서 일정한 자본도 축적됐다.

최근 북한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북제재로 대외 교역량이 감소하고 외화수입이 줄어드는 원인도 크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구조에 있다. 북한 경제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성장의 핵심요소인 자본의 투자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돈주들의 투자를 자유롭게 만들어 내수를 촉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회사의 설립과 운영을 보장하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돈 있는 곳에 감시가 붙어서는 안심하고 투자하기 어렵다.

북한 정부가 대북제재에 맞서 내세울 것은 자력갱생이 아니다. 더욱 과감한 개혁조치이다. 있는 자본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경제 침체의 책임을 외부에만 돌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