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對南 위협 공세와 우리 국민의 무관심

개성 바로 북쪽에서 스커드 추정 미사일을 날려보내고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보이는 지점에서 해안포와 방사포를 쏘아대던 북한의 위협 공세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8월에 한미연합 을지훈련이 있는 만큼 북한의 위협공세가 언제 다시 시작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여름을 맞게 될 것 같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지점에서 미사일을 날려보내고, 우리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을 수 있는 거리에서 방사포를 발사하는 것은 사실 상당한 정도의 대남 위협이다. 언제든지 남한을 향해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런 일이 있었나 보다’하고 뉴스에서 보는 정도일 뿐, 그 이상의 불안은 느끼지 않는 듯하다. 하기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서해에서 교전이 일어났을 때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았던 우리 국민들이니 북한의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 정도를 가지고 위축될 리 없다.


2013년 대남 위협에도 우리 국민 동요 없어


지난해 상반기를 돌이켜보자. 북한은 지난해 1월 23일 외무성 성명으로 핵실험을 예고하고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반미대결전이라는 이름 하에 당장에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갖가지 위협들을 쏟아냈다.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과 ‘미사일 부대 사격대기 지시’, ‘남북관계 전시상황 돌입’ 등 말로 듣기에도 무시무시한 조치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우리 국민들은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농담처럼 ‘이러다 정말 전쟁 나는 것 아냐’라는 말을 주고받긴 했지만, 진지하게 전쟁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북한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과 의연함 때문이었을까? 결국, 북한의 위협은 어느 정도 진행되다 제풀에 지쳐 끝났다.


솔직히 필자가 보기에 지난해 우리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았던 것은 의연함 때문이라기보다는 무관심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은 것 같다. 북한의 위협을 한두 번 받고 살아온 것도 아닌데 ‘이번에도 별일 있겠어’라는 태평한 마음이 북한의 위협 효과를 감소시켰던 것이다. 양치기 소년에게 자주 속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지난해 상반기에도 일반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는 북한의 위협보다는 주말 저녁에 누굴 만날까라는 부분에 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북한이 지난해 전쟁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은 정말 전쟁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대남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남한 사회를 긴장시키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구도를 끌어내려 했던 것이다. 북한이 원했던 협상구도는 지난해 1월 23일 외무성 성명에서 밝힌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조선반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비핵화 없는 평화체제 협상을 하겠다는 뜻이다. 만약, 북한의 위협으로 남한 사회 전체가 극도의 공포에 빠져 동요했다면, 정부로서는 사회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 협상장에 마주앉는 방법을 고민했을 것인 만큼, 북한의 대남 위협 전략이 전혀 허무맹랑한 시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무관심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지난해 위협 공세는 우리 국민들의 ‘무관심’ 때문에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 본다면, 안보상황에 대한 무관심이 지금과 같은 한반도 상황에서는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안보상황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의연히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관심을 덜 갖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북한은 어떤 위협을 해도 그다지 동요하지 않는 우리 국민들 때문에 대남전략을 짜는데 상당히 골치가 아플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의 내공이 그만큼 강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 국민들의 ‘무관심’이 ‘안보불안’으로 바뀌는 임계점에 이를 때다. 우리 국민들이 웬만해선 동요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런 임계점에 다다를 경우 의연한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순식간에 극도의 공포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북한의 위협에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한반도의 가변적 안보상황에 대해 항상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