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설주도 하는데 왜…” 머리 염색 즐기는 北학생들의 반항

공식 명칭 '여사' 아닌 이름 직접 거론하며 단속 강화 반발...소식통 "통제, 오히려 역효과"

평양시민
한류의 영향으로 북한 주민들의 옷차림이 과거에 비해 세련돼졌다. 사진은 지난 평양정상회담 당시 평양시민들 모습.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북한 당국이 최근 이른바 ‘장마당 세대’인 청년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염색과 복장 등 주로 외형적인 부분의 단속·통제를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도(道) 청년동맹(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이 건전한 머리 단장과 옷차림을 하게 할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며 “이에 머리염색, 귀걸이, 외국글자가 새겨진 옷, 진바지(청바지) 착용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염색 머리나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을 착용한 행위를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고 일컬으면서 비사회주의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 강화를 결정했고, 이후 연관된 사업과 주민 대상 선전 활동을 벌여왔었다.

이 때문에 이번 단속은 전원회의 결정 사항 이행 조치이자, 동시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따른 경제난 등으로 인해 해이해진 내부 기강을 다지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단속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이번 비사회주의 요소 단속 지시는 당 교육부에서도 내려졌다”며 “이 때문에 초급중학교(중학교),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학생이 머리카락을 염색하고 귀걸이에 차고 거리에 나섰다가 단속돼 공개적으로 비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달 초 평안남도 청년동맹과 평성시 청년동맹 주최로 열린 사상투쟁 회의 무대에 비사회주의 행위로 단속된 학생 10여 명이 세워졌다”면서 “각급 학교 청년동맹 간부와 교원(교사)들이 이들을 대상으로 사상투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청년동맹 간부와 교원들은 학생들을 향해 ‘조선 사회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는 ‘인간쓰레기’’라는 등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탈북자 규탄 집회에서 나온 구호가 이번 사상투쟁에서도 등장한 셈이다.

북한 당국이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단속한 데는 청년층이 한류(韓流) 등 외부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기성세대보다 체제에 순응하는 정도가 약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사회주의적 문화 확산의 중심에 청년층이 있다고 판단, 이를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다.

지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역에 들어서고 있다. 리설주의 머리카락 색깔이 갈색빛을 띠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학생들 사이에서 ‘리설주도 염색하는데 왜 우리는 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가득하다”면서 “학생들을 교양하려는 단속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제1차 북중 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행한 리설주의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염색된 모습을 본 학생들이 이 같은 모순을 제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리설주의 염색 여부는 실제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았다.

여기서 특이한 부분은 리설주를 당국이 선전하는 ‘여사’가 아닌 그냥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지도자 김 위원장도 ‘그’ 혹은 ‘걔’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처럼 젊은층에게는 우상화가 먹혀 들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5월 ‘사상문화 진지를 백방으로 다지는 사업의 중요성’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지난달 사회주의 나라들에서) 새 세대들에 대한 교양에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않은 결과 청년들이 제국주의자들이 퍼뜨리는 날라리풍에 제일 먼저 중독됐다”면서 “청년 교양 사업에 혁명의 전도, 사회주의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