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포커스] 비핵화 시간표와 경제협력

3차 남북정상회담(09.18.~09.20.)이 마무리되고,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서막이 올랐다.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에서 명시된 사항들은 남북관계가 한 단계 격상되었음과 비핵화시간표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를 확인시켜주었다. 그 내용을 보면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교류협력 ▲이산가족문제해결 ▲문화체육교류협력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한반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이 명시되어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의 장면을 위해 2차례의 남북정상회담(04. 27, 05. 26)과 3차례의 북중정상회담(03/26.~27, 05/07.~08. 06/19.~20.), 그리고 지난 6월 12일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지나왔다. 백두산에서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웃는 모습은 조선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뭉클함을 주기도 했다. 솔직하고 진솔한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의 언행은 국제사회에 깡패국가의 숨은 독재자의 이미지를 확실히 바꾸어놓은 것만은 사실이다. 인간적인 모습에서 국가원수로서의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김여정 부부장의 일사불란한 행사 진행에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였다.

두 정상은 각자에게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시의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종전선언에 새로운 국면을 마련하였다. 이번 평양선언문에 명시한 바와 같이, 본 회담의 주요 골자는 비핵화시간표와 경제협력에 관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두 정상은 종전선언이라는 큰 산을 비핵화시간표와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만났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동대문 DDP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보고담화를 통해 남북의 미래는 ‘한반도의 비핵화’이며, ‘남북한의 경제협력’에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 참석한 인사들의 언행에서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총수들의 반응에서 남북한 경제협력이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가서 한 번 본 것이며 경제협력은 너무 이른 단계’라는 반응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익극대화가 기업의 기본적인 목적인만큼 기업인들은 사업의 기회를 잡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기본적인 인프라를 비롯해서 지속적인 경영활동과 자신의 상품들의 희소성을 위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면 기업은 승산이 없는 시장에도 기꺼이 뛰어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진일보해야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은 본 회담의 수확이다. 그러나 항상 예기치 않은 결과는 있는 법. 함께 동행한 총수들의 반응에서 비핵화시간표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이 경제협력보다 성과가 더 크고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북한 주민들은 목도하였고, 남한 국민들은 통일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우리의 자세에 한 박자 천천히 다가가기를 주문하고자 한다. 오랫동안 얼어있는 얼음이 갑자기 녹으면 홍수가 나듯이, 남북경제협력은 비핵화 과정과는 다르게, 상호협력이 시너지의 원천이 된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추어 진행하지 않으면 물리적인 3.8도선은 제거하는 대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속에 3.8선이 드리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은 세 정상에게 특별한 한 해이다. 11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치루고,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5차 경제발전계획을 중간지점에 와 있음을 의미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위기 이후에 최대의 실업률이라는 각각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각자의 문제를 풀기 위해 정상회담을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서로의 정치-경제적 이익과 부합하는지 그것이 당사국의 국민경제에 이익이 된다면 누구라도 최선을 다해야지만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관계를 이용하는 것은 악수 중에 악수이다.

현재 북한의 정치경제적 현실은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경제활성화를 위해 북한은 스스로 경제활동에 자율권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한의 경제시스템은 소유제의 개념적 정의와 자영업을 비롯한 외국투자 및 합작기업에 해당하는 비공유경제의 비중을 확대할 것이며, 이의 성과를 국유경제의 재건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다. 그러기 위한 조치로 ‘확대된 포전책임담당제(이하, 포전담당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포전담당제에 ‘포전’은 조선말련관사전에 따르면 ‘a field; a plot; a patch’로 풀이되고 있다. 즉, 논포전이나 밭포전과 같은 경작지에 대한 수확물의 책임을 부여하여 소작농 혹은 집체농장주에게 하달된 수확물에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다음 해의 씨앗이나 모종 및 비료 등과 같이 수요되는 물품들은 국가가 지원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정 면적의 농지를 농가에 맡겨 경작하도록 하고 생산성 결과에 따라 소득분배가 이뤄지는 방식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포전에 대해서는 국가의 제공이 없는 만큼 포전에서 나오는 잉여수확물에 대한 소유권은 공유경제 개념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구조에서 농민들은 잉여수확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매매활동을 할 것이며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시장에서 수요되는 경작물을 예측하여 시장가격에 물건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동유럽국가의 경험에서 북한은 자체적인 방식을 고안해내야 했다. 중국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시스템을 답습하면 중국에 예속될 것이고, 한국의 발전 모델을 가져오게 되면 체제의 정치적 허약성이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은 자신들에게 맞는 방식의 개혁개방 노선을 구축해야 체제를 유지하며 나라의 번영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개혁개방을 하면 정권이 위험하고, 개방하지 않으면 나라가 붕괴한다’는 어느 일본 기자의 말처럼, 북한은 경제 분야의 개혁개방은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는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이 선행되었을 때, 가능한 것으로 비핵화 시간표와 사찰 등은 검증가능한 수준(Verifiable level)을 의미하는 것이고, 영변 핵시설 및 미사일 발사대 자체 파괴는 상황에 따른 일종의 영구적인(Irreversible) 핵활동 중단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일종’이라고 한정적으로 표현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즉 다시 말해 한국 정부의 입장과 미국의 다음 대통령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따라 변한다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긴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에 대한 갈증을 해소한 일련의 국제정치적 조치는 그야말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일정 부분 진정성이 있는 진일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 시간표와 핵 사찰 등에 대한 유관국의 전문가들의 판단은 기술적인 문제가 검증된다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한국과 미국의 강경파에게 상황을 설득시켜야 하고 응답해야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