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납북자 대처, 선명한 빛과 그림자

▲ 일본정부가 제작해 공공기관에 배포한 포스터

28년 전 ‘친구들과 바닷가에 놀러갔다 온다’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아들(김영남)을 애타게 그리며 평생 한(恨)에 맺혀 살아온 최계월 씨. 그는 82세 노구를 이끌고 18일 한명숙 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해 “죽기 전에 보고 싶다”며 아들의 송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노력하겠다”는 불확실한 답변뿐.

전쟁 이후 납북자만 485명, 국군포로 540여 명의 자국민이 북한에 납치됐어도 ‘남북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소극적인 한국 정부와 북한의 납치 행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포스터까지 제작해 전국 공공기관에 배포한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 정부가 제작한 포스터에는 ‘납치, 일본은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문구와 해안도로에 어린이용 운동화 한 짝이 떨어져 있는 배경을 담고 있다. 이 운동화는 1978년 13세 어린 나이로 니가타현 해안에서 북한 공작원에 납치된 요코다 메구미 사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최근 유전자 감식 결과 요코다의 남편 김철준이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 씨로 확인되자 자국민의 납치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18개 지방의회 의원연맹은 17일 ‘납치 문제 지방의회 전국협의회’를 결성하고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단위로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특히 협의회는 이날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발동하고 북한 선박 만경봉 92호의 입항 금지를 추진하기로 결의하고,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북 압박을 요구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국에서는 1977~1978년 사이에만 고등학생 김영남 씨를 비롯해 홍건표(당시 17세·천안상고 3년), 이명우(당시 17세·천안농고 3년), 이민교(당시 18세·경기 평택 태광고교 2 년)씨와 최승민(당시 17세·경기 평택 태광고교 2년)씨 등 고교 생 5명이 서해안 일대에서 납북됐다.

박영천 기자 pyc@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