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돈주들, 소고기·양고기로 삼복철 보양 챙긴다”

북한 주민들이 삼복철에 흔히 만들어 먹는 보양식 토끼곰.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진행 : 북한 시장 동향, 데일리NK 강미진 기자와 함께합니다. 오는 12일이 초복입니다. 북한에서도 삼복에 보양식을 챙겨먹는데요, 강 기자 오늘은 북한의 보양식 문화에 대해 전해주신다고요?

기자 : 네, 2010년대 들어서면서 북한 주민들이 챙겨 먹는 보양식 가짓수가 늘었어요. 연대별로 살펴보자면 80년대까지는 보양식을 잘 챙겨 먹지 않았습니다. 당시는 일부 가정에서만 보양식을 챙기는 모습이었는데요, 흔히 단고기(개고기)로 만든 영양식이 기본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식의주가 그나마 괜찮았던 건 70년대와 80년대 중반까지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때는 먹는 문제가 고민거리가 아니었고 특히 정상적인 식량 공급으로 주민들은 보양식을 따로 챙겨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것이죠.

제 기억으로도 당시 보양식을 따로 챙기는 가정이 한두 집 정도였어요, 그것도 가정에 남편만 보양식을 먹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후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반 대량아사시기)을 거치면서 북한에서 의식주가 식의주로 바뀔 정도로 먹는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됐고, 건강을 챙기려는 주민들이 증가하게 된 것이죠. 즉, 90년대 말부터는 매 가정에서 보양식을 챙기는 일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겁니다.

진행 : 북한 주민들의 보양식 문화가 시기별로 달라져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보양식 재료들도 변천이 있었다고 하죠?

기자 : 2000년대에는 닭이나 토끼, 돼지고기가 보양식 재료로 본격 사용됐습니다. 북한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던 2010년대 초중반에는 양고기를 비롯하여 이전엔 보기도 힘들었던 소고기가 일반 시중에서 팔렸는데, 이에 이런 고급재료들로 보양식을 챙겨 먹는 주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사실 북한에서 소는 한국전쟁 시기 탱크나 장갑차가 갈 수 없는 곳에 전쟁물자를 이송하는 데 한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기 때문에 정전 후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모든 부림소는 전시수송수단으로 등록·관리해 왔죠. 물론 도살도 철저하게 검증해왔죠.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죠. 현재는 강원도 세포등판에서 생산되는 다량의 육류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고기를 먹어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는 이젠 옛말이 됐다고 할 수 있겠죠.

진행 : 한국에서는 닭고기는 많이 먹지만, 토끼 고기는 찾기가 어렵거든요. 북한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토끼나 닭 등을 보양식으로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기자 :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축이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먼저 토끼는 북한 주민들이 일반적으로 키우는 집짐승인데요, 여기서 토끼가 가축이 된 데는 사연이 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김일성이 함경남도 정평군에 있는 광포호수를 이용하여 오리를 키워 고기 문제를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본격적인 고기 생산이 됐습니다. 하지만 오리의 경우 알곡 사료가 든다는 점이 좀 걸렸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막 키울 수는 없었겠죠. 그러나 토끼는 알곡사료가 전혀 들지 않았고, 이에 일반 주민들도 쉽게 키울 수 있는 가축이 된 거죠.

또한 50년대부터 북한에서는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도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런 지시관철에 가장 적합한 동물이 토끼였고 번식이 빨라 대중적인 사육으로 발전해가기도 했습니다. 토끼처럼 4개월 정도 키워서 먹을 수 있는 가축이 대중화되면서 주민들의 인기를 끌게 됐습니다.

닭의 경우 6개월 정도가 지나야 알을 낳을 수 있지만 보양식으로 사용되는 닭은 4개월만 되어도 도살할 수 있기 때문에 농촌지역은 물론이고 도시에서도 보양식 재료로 널리 인기를 끌었던 겁니다. 물론 지금은 소고기와 양고기, 염소고기도 보양식으로 인기를 끄는 등 상황이 조금 달라진 측면도 있습니다.

진행 : 양고기나 소고기는 한국에서도 싼 편은 아닙니다. 양고기가 유행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요. 북한에서는 어떻습니까?

기자 : 최근 몇 년간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해오는 시장물가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일부 품목들의 가격도 입수되는데요, 양고기나 소고기도 이에 해당됩니다. 사실 양은 고기보다 털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양 도살은 흔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고기의 경우는 양고기보다 더 귀한 육류였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겠죠.

하지만 2010년대 중후반부터 소고기 양고기는 더 이상 귀한 육류가 아니게 됐습니다. 북한 주민에 따르면 북한 강원도 세포군과 이천, 평강군에 5만 정보 정도의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대규모 축산단지가 조성된 후 북한 시장에는 소고기, 염소고기 등 육류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일반 주민들도 돈만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보양식 재료가 된 것이죠.

진행 : 보양식도 경제력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텐데요, 계층별로 보양식이 다르겠죠?

기자 : 사실 보양식은 이젠 북한 음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품목이 됐다고 봐야 합니다. 그만큼 대부분 가정에서 보양식을 먹는데요, 다만 어떤 걸 먹는냐에 따라 경제력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돈주나 무역회사 사장 등 돈을 좀 만진다고 하는 부류는 소고기 등 비싼 육류를 싱싱한 것으로 구매해서 보양식을 만들어 먹는다고 합니다. 북한 양강도 지역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비싼 소고기를 사 먹었던 잘 사는 집들에서는 경기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올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경제적 여유가 좀 되는 가정에선 양고기나 염소고기 등으로 보양식을 챙길 것 같고요, 일반 가정들에서는 닭고기, 토끼고기 등을 구매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시장을 통해 보양식을 구매하는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자체로 보양식 재료를 마련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북한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 : 보양식 재료를 집에서 직접 마련하는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기자 : 네. 도시 주민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보양식 재료를 구매하지만, 농촌에 사는 주민들은 집에서 직접 키운 것으로 보양식을 만들게 됩니다. 농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시장 활동이 자유롭지는 않거든요. 또 농촌이기 때문에 가축을 키우기는 비교적 쉽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겠죠. 아울러 농촌에서는 흔히 토끼와 닭, 염소, 양 그리고 오리와 거위를 비롯하여 여러 가축을 키워 팔아 식량을 확보하기도 하고 일부 생필품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농촌에서도 생활여건에 따라 사는 보양식 마련도 다르다고 하는데요, 잘 사는 집은 염소나 양고기처럼 비싼 것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좀 어려운 가정에서는 토끼처럼 싼 가축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싸고 싼 것을 떠나서 대부분 주민이 보양식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진행 : 마지막으로 주요 물품의 시장가격, 전해주시죠?

기자 : 최근 북한 시장 동향입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4970원, 신의주 4900원, 혜산 5300원이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590원, 신의주 1600원, 혜산 17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정보입니다. 1달당 평양 7805원, 신의주 7870원, 혜산 7885원이고 1위안당 평양 1200원, 신의주 1200원, 혜산 1240원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 12,100원, 혜산 12,600원입니다.

다음은 유류가격입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9900원, 신의주 9860원, 혜산 10,000원이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6700원, 신의주 6700원, 혜산 7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진행 : 네. 지금까지 북한 시장 동향, 데일리NK 강미진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