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유연애 확산됐지만, 성 의식은 ‘제자리걸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이 풍성한 계절이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연애바람도 덩달아 불고 있다. 잦아든 미세먼지와 기분 좋은 햇살에 손을 맞잡고 거리를 거니는 연인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일단 최근 북한 젊은이들 사이에 ‘자유연애’ 풍조가 보편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에서 자유연애를 경험해본 탈북민들은 “오빠” 또는 “자기”라는 호칭도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 같은 자유연애 바람은 북한 주민의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의식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대북 라디오를 접한 주민들이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삶을 윤택하게 가꿔 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성(性)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탈북민들은 성에 대해 어떻게 처음 알게 됐냐는 질문엔 피하거나 “스스로 알았다”고 대답한다.

탈북민 강영애 씨는 18일 데일리NK에 “요즘엔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화 됐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성교육이라는 것이 없다”면서 “북한에서는 생소하기도 하고 얘기를 잘 꺼내지 않는다. 얘기를 꺼내더라도 친한 친구끼리 떠드는 정도이다”고 말했다.

이어 강 씨는 “그러다보니 남자 여자 만나는 이야기는 집에서, 학교에서도 해본 적이 없다”면서 “성과 관련된 문제 해결은 모두 여성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성폭력을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고 한다.

김정희 씨는 “과거에 비해 (성이) 개방화 되고 자유연애를 한다지만 여전히 성폭행 사고가 많다”면서 “성교육은 (남녀가 지녀야할) 의식에 대한 것도 가르쳐야 하는데 북한은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피임하는 법, 존중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다보니 (성의식 교육 부재로) 발생하는 사건이 간혹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 일어나는 성 관련 범죄는 국가의 방임 아래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경우가 많다. 탈북민 이송아 씨는 “북한에서 남녀평등법이나 성폭행과 관련된 처벌 규정은 있어도 실제로 적용된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한국 드라마 유입으로 북한이 자유연애 등 곳곳에 사회·의식 변화 지점이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성 교육 등 제도적 보완을 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폐쇄적인 북한 언론 특성을 지적, 성 의식 향상에는 외부정보 유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 대북 전문가는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체제선전을 위한 보도만 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은 철저히 차단한다”면서 “때문에 남한과 국제사회의 상황을 알려줄 수 있는 ‘정보’로 성희롱·성폭행에 관한 담론을 북한 내에서 확산시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반도 북쪽에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는데도 제대로 항의하지 못하는 우리 국민이 존재한다”면서 “어버이 수령을 모셔야 하는 구조에서 고통 받는 북한 여성들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함께,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보편적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공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