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서 확성기로 北 향해 욕설 방송…무슨 일?

소식통 "3시간 동안 도둑질 비난...北 당국은 대책 없이 신고만 강조"

북한 평안북도 청수공업지구 모습. / 사진=데일리NK

중국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북한을 향해 욕설을 포함한 비난 방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무리를 지어 중국에 넘어가 도둑질을 하는 일명 ‘소토(小偷, 중국어로 도둑)꾼’이 늘어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8일 중국에서 갑자기 확성기 방송으로 우리(북한)쪽을 향해 욕설했다”며 “방송 내용은 ‘이 거지 같은 도적X들아 도둑질 하러 오지 말라’, ‘다시 오면 손모가지를 자르겠다’ 등 거친 표현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방송은 확성기를 단 차량이 양강도 김정숙군에서 혜산 쪽으로 올라가면서 3시간 정도 진행됐다”면서 “중국어로 먼저 말한 후 조선(북한)어로 이야기하는 방식이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북 비난 방송이 중국 당국에 의한 것인지 개인 차원에서 진행된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근 북중 국경 지역의 밀수 단속이 강화되면서 북한 내 관련 업자들이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밀수업자에게 뇌물을 받아 오던 국경경비대들도 수입이 줄어 생활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 및 군인 일부가 국경을 넘어와 도둑질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지난 7월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노동자구에서 근무하는 군인 2명이 중국 랴오닝(遼寧省)성 단둥(丹東)시 콴뎬(宽甸)현 가정집 창고에서 식량을 훔치려다 발각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기사 바로 가기 : “北 국경경비대 식량부족에 中 민가 습격…밀수단속 강화 때문”)

여기에 중국 측이 북한을 향해 공개적으로 폭언이 담긴 방송을 한 점으로 미뤄보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재차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경 지역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일부 지방의 경우 장기간 대북 제재와 각종 자원과 물자의 평양 및 주요시설 집중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사회의 왜곡된 자원분배 시스템이 사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시켜 지방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 北 비리 척결 움직임에 애꿎은 밀수업자들 ‘울상’…왜?)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행동을 탓하면서 신고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부 주민들은 일반 방송인 줄 알았는데 김정숙군 해당 지역 담당 보위원이 방송 내용을 알아듣고 즉시 군 보위부에 통보했다”면서 “해당 담당 보위 지도원과 선전부위원장이 주민들을 모여(모아) 놓고 우리 주민들이 경각심이 없다는 것, 혁명적 경각성을 높일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당국이 주민과 군인들이 혁명성 없이 도강해 이런 사달이 났다고 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당국이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없이 그저 신고만을 강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국은 대책으로 군당 통보과, 보위부, 보안서 전화번호를 모든 집과 희의장소에다 달아 놓으라고 했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말은 없고 발견하면 신고나 하라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