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리 척결 움직임에 애꿎은 밀수업자들 ‘울상’…왜?

북중국경지대에서 북한군이 밀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북한 내부에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이 일고 있다. 관료들의 비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한편에서는 이로 인해 애꿎은 밀수업자들이 고단함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올해 신의주 등 국경도시에 중앙검열단이 주기적으로 찾아오고 있다”면서 “세관 직원들과 국경경비대원들의 비리가 적발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인력으로 물갈이되고 있는데, 그 와중에 애꿎은 밀수업자들이 피해를 곱절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일단 중국 당국이 중국에서 밀수밀매를 단속하면서 밀수량이 줄어들어 손해가 커지고 있는데다 뒤를 봐주던 세관직원이나 국경경비대원들까지 교체돼 이전보다 더 뇌물을 많이 고여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단속 강화 분위기에 밀수량 자체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교체된 세관 직원이나 국경경비대원들과 새로이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부담에도 놓여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과 맞닿은 국경지역에서 불법 무역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북한 밀수업자들은 단속기관 관료들에게 뒷돈을 챙겨주는 방법으로 사실상 ‘부정행위를 눈감아 달라’고 청탁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오면 자연스레 더 큰 노력과 돈을 들여 관계를 잘 맺으려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실제 소식통이 접한 한 북한 밀수업자는 인력 교체로 인한 뇌물비용 상승과 어려워진 밀수 여건 때문에 ‘살 길이 막막할 정도’라고 이야기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밀수업자는 “그나마 나는 동료들 중에서 괜찮은 편이다. 아예 대놓고 한국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 밀수꾼들만 만나면 탈북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 밀수업자들이 현재의 상황에 불안감과 고단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변에 북한 선박이 정박해 있다. /사진=데일리NK

특히 올해 들어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한층 엄격해진 중국 당국의 밀수 단속으로 밀수업자들의 수익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밀수꾼들의 수익이 지난해에 비해 반 토막 났다고 한다”면서 “작년에는 1년 열심히 벌어서 손에 쥔 돈이 약 3만 위안(한화 약 515만 원) 정도 됐는데, 이런 상태(단속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올해 1만 위안(한화 약 170만 원)을 건지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북한 국경경비대가 쾌속정을 이용해 단속에 나서는 등 내부의 밀수 차단 움직임도 강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쾌속정에 탄 경비대원이 통화 감청장치를 메고 대기하다가 밀수가 활발해지는 밀물 시간대에 폭증하는 북중 간 통화를 감청, 밀수가 이뤄질 시간과 장소를 미리 파악하고 때에 맞춰 잠복하고 있다가 밀거래 현장을 덮친다는 것이다. 경비대가 쾌속정에 타고 있어 단속에 걸리더라도 도망치려야 칠 수도 없다고 한다.

소식통은 “밀수꾼들은 ‘갈수록 조선(북한)과 중국이 조여오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어도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