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유화, 폼페이오는 강경 대북 메시지…엇박자 이유는?

전문가들 "협상 유인하면서도 ICBM·핵 경계 투트랙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 the Ministry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ingapor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나라를 갖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치켜 세운 지 하루 만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의 최근 무력 도발을 ‘불량행동’이라 언급하며 강경 메시지를 발신했다.

대통령과 외교 수장 사이에서 이같이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북미 간 비핵화 대화의 판을 유지하면서도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무력 도발은 경계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경제 성장에 대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관련 질문에 답변을 하다가 불쑥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그런데 북한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아주 잘 알게 된 김정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다”고 북한의 지리적 이점도 부각시켰다.

그러나 다음날 폼페이오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미국재향군인회 ‘아메리칸 리전’의 행사에서 최근 이어진 북한의 무력 도발과 미국에 대한 비난을 언급하며 “우리는 북한의 불량행동이 간과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G7정상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아주 일반적인 미사일이고 이런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위원장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하고 있다”는 발언과 다소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데일리NK에 “트럼프의 유화메시지 발신은 북한과 대화를 이어가면서 긍정적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고 동시에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막겠다는 일종의 예방조치”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이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김정은과 좋은 관계임을 강조하면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지역학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데드라인은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라며 “그 선을 넘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화는 유효하다는 입장의 발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다.

다만 박 교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폼페이오 장관은 지속적으로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는다면 대북제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이 데드라인을 넘지 않게 경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해 10월 7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회담장을 향해 함께 걷고 있다. /사진=연합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1일 미 정치전문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면서 비핵화가 옳은 길이라고 북한 지도자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입장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교수는 “만약 지금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면 자신의 대북정책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자기 모순에 빠지는 상황”이라며 “그럴경우 워싱턴 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에서 활동하는 북한 고위급 탈북민도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하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공적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는 김정은의 비위를 맞출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의 속심을 읽고 있을 것”이라며 “때문에 미국의 확실한 태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의 유화메시지만으로는 북미 회담에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조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에서 한국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은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지만 북한을 통과하는 철도가 생긴다면 북한의 잠재력이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 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당근’으로 해석되지만 북한이 반기는 카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박 교수는 “철도 현대화 사업을 하려면 제재가 먼저 해제돼야 하는데 제재 해제에 대한 신호는 전혀 없다”면서 “미국이 직접 투자할 생각이 없고 철도사업은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흥미가 없는 얘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미국이 북한에 대한 여행금지 조치를 1년 연장하므로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비롯해 투자, 관광까지 길이 좁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모순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미국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고위급 탈북민은 “지금처럼 시간만 끌면 북한의 핵보유를 점점 공공하게 해주는 꼴이 된다”며 “북한은 정권이 바뀔지도 모르는 트럼프 정부에게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3년 전 북한의 ICBM 발사로 미국이 강력한 제재를 가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확보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이 다시금 안보리 주요국들의 힘을 모으기 힘든 상황이 된 것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초조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태도를 변화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시간이 없다고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말이 넘어가고 협상이 안 된다면 미국은 다시 최대 압박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