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탈북민 출신 첫 하나재단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명식에서 김영희 신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통일부 제공

통일부 산하 탈북민 정착지원 기관인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 탈북민 출신 김영희 박사가 임명되었다. 2010년 설립된 남북하나재단에 탈북민 출신 이사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북민 사회의 오랜 요구가 마침내 성사된 것으로, 진심 어린 축하와 박수를 보낸다.

김 신임 이사장은 2002년 한국에 입국한 후 치열한 정착 과정을 거치며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인물이다. 한국산업은행 북한경제팀장과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고, 남북하나재단 대외협력실장으로 3년간 근무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는 북한 경제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경험과 탈북민으로서의 정착 경험, 재단의 중견간부로 일한 실무 경험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다. 무엇보다 탈북민 사회가 기뻐하는 것은 그동안 꾸준히 요구해 온 탈북민 출신 이사장 임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까지 배출되었지만, 정작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 이사장에는 지금까지 탈북민 출신이 없었다.

이번 김 신임 이사장의 취임은 3만 4000여 명 탈북민 사회의 공동의 기쁨이자 남북 사회통합의 의미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탈북민 정착지원의 최일선에서 많은 역할을 해온 남북하나재단이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할 때가 왔다. 30년 가까운 정착의 역사를 가진 탈북민 사회도 이제는 지원받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남북 사회통합의 기여자로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먼저 온 통일인으로서 스스로 정착의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도우며 사회적 기여를 넓혀가야 할 때다.

다수의 탈북민은 치열한 자본주의 현장에 적응하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여전히 적지 않은 탈북민이 정신적·육체적 어려움과 경제적 고통을 겪으며 정착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탈북민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일부 비극적인 사건들을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탈북민 사회 스스로가 서로의 어려움을 살피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3년의 임기를 시작한 김 이사장이 재단 임직원을 잘 이끌어 탈북민들이 우리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힘써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정착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정책과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 탈북민 정착지원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재정 지출은 과감하게 줄이고, 한 푼이라도 더 실질적인 정착지원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

정착지원의 일선 실무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이 연구와 해외 탐방, 세미나 등에 필요 이상으로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주 경험과 분단·통일 사례를 연구하고 교류하는 사업도 의미가 있지만, 실효성이 낮거나 굳이 재단이 직접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어려운 탈북민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공공기관인 만큼 재정 낭비나 보여주기식 사업보다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일에 더욱 집중하기를 바란다.

물론 새로운 변화의 과정에서 여러 의견과 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가 탈북민 사회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신임 이사장과 재단 임직원, 탈북민 사회가 서로를 존중하고 힘을 합쳐야 한다. 부족한 점은 건설적으로 비판하되,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는 따뜻한 격려와 응원도 필요하다.

탈북민 정착지원 공공기관의 수장으로 탈북민 출신이 취임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재단 설립 이후 16년 만에 처음 이루어진 의미 있는 변화다. 이제는 탈북민이 스스로 탈북민의 정착을 돕고, 남북 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사회통합을 이끌어가야 할 때다. 김 이사장의 취임이 그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끝으로 탈북민 출신 이사장 임명을 결단한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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