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노동신문을 비롯한 공식 매체들이 각지의 가을걷이 성과를 부각하며 농업 생산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농촌 현장의 사정은 이러한 선전과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주요 곡창지대인 평안남도에서는 올해 벼 수확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평안남도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도 농촌경리위원회의 올해 벼 예상 수확량 판정 결과 정보당 평균 생산량은 4.2톤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평원군과 숙천군, 문덕군 등 주요 곡물 생산 지역의 일부 농장은 평균을 웃돌았지만, 상당수 농장은 평균 수준이거나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소식통은 도내 약 250개 농장 가운데 25개 정도만 평균 수확량을 웃돌았다고 전했다. 더욱이 예상 수확량은 실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식량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벼를 수확한 뒤 탈곡과 운반, 도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확보되는 식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농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주민들의 식량 사정이 뚜렷하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북한 농촌에서는 공식적인 생산 성과와 농장원들의 실제 식량 사정 사이에 차이가 나타났다. 데일리NK는 2025년 10월 3일 평안남도 일부 농장에서 정치학습에 불참한 농장원의 노동 실적을 삭감해 곡식 분배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보도했다. 이는 농업 생산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분배 과정에 따라 주민들의 식량 확보 여건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북한읽기] ‘어머니당’이 식량 갈취?…농민 옥죄는 정치학습의 덫)
실제로 북한 농촌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팽배하다. 평안남도 문덕군의 한 농장 관계자는 올해 작황을 묻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대충 보면 노랗게 잘 익은 것 같지만 가까이서 보면 고개를 숙이지 않고 뻣뻣하게 서 있는 벼가 많다. 손으로 만지면 쉽게 바스러지는 쭉정이가 적지 않고, 9월 초에는 늦은 분얼로 새순까지 돋아났다.”
이 같은 현상은 해당 농장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서해안 일대 일부 농장에서도 고온과 강수량 부족 등 불리한 기상 조건으로 벼의 생육 상태가 고르지 못하고, 이삭에 알이 제대로 차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벼는 이삭이 나오고 꽃이 피는 시기에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 수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쭉정이가 늘어날 수 있다. 이후 벼알이 여무는 등숙기에 수분이 부족하거나 고온이 이어지면 낟알의 무게와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평안남도 일부 농장에서 관찰된 현상 역시 이러한 기상 조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피해 정도는 지역과 품종, 관개시설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부 농장은 비교적 양호한 작황을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지에서 전해지는 증언을 종합하면 일부 피해 농장에서는 수확량이 예년보다 20~30%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작황 불안이 일시적인 기상 악화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 불규칙한 기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농업 생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 농촌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아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비료와 농약 등 영농 자재의 부족, 노후한 관개시설과 배수 체계는 농작물의 생육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북한 당국이 농업 생산 증대를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모든 농장에 필요한 자재와 설비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부 성과 중심 농장에 지원이 집중되는 반면 일반 농장에서는 기본적인 영농 여건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상 조건이 조금만 나빠져도 생산량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특히 고온과 가뭄에 따른 피해는 비료나 농약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농업용수 확보와 과학적인 재배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북한 농업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려면 단순히 농장원들의 노력이나 생산 목표 달성만 강조해서는 안 된다. 가뭄과 고온, 염분 피해 등에 강한 품종을 도입하고 지역별 기후 조건에 맞는 재배 기술을 보급해야 한다. 아울러 관개시설 정비와 영농 자재 공급을 확대해 일반 농장들도 이상기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풍작의 기준은 멀리서 바라본 황금벌판이나 계획 달성 실적에만 있지 않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알곡이 생산되고, 그것이 주민들의 식탁까지 안정적으로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 북한 당국이 진정으로 식량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농장의 생산 여건과 주민들의 실질적인 식량 사정을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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