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 사건 거론하며 새세대 단속…“외부 문화 환상 차단하라”

당·안전기관·청년동맹 간부들 소집해 강연회 열어…간부들, 사상적 이완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월 11일 “온갖 반혁명적, 반사회주의적, 반인민적 행위들에 경종을 울리고 강도 높은 투쟁의 심화를 알리는 당·정·군 연합회의가 전날(10일) 평양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과 그 측근들의 부정부패 행위가 폭로됐고, 판결 발표와 형벌 선고도 이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양강도 삼지연시에서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사건을 언급하며 청소년과 청년층에 대한 사상교양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강연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문화와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박희철 사건을 내부 기강 해이의 경고 사례로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2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삼지연시 당위원회는 지난 19일 당·안전기관과 청년동맹 일꾼(간부)들을 긴급 소집해 새세대에 대한 사상교양 강화와 외부 접촉 차단을 강조하는 강연회를 진행하고 관련 지시를 내렸다.

이날 강연에서는 조선로동당출판사가 지난 15일 발행한 ‘청소년들을 자기 당, 자기 조국과 시련을 함께 이겨내는 젊은 혁명가들로 키우는 만년대계 사업에 모든 일군들이 앞채를 메도록 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 제강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외세 의존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한편 청소년들이 외부 문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사상교양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실제 강연자는 미국을 믿고 따랐다가 정치·군사·경제적으로 피해를 본 국가들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역시 미국에 정치·군사적으로 예속돼 막대한 방위비와 자금을 빼앗기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조하면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국력을 키워야 자본주의에 대한 환상을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는 청소년들이 외국 영화나 연애소설 등 북한 당국이 이른바 ‘불순녹화물·출판물’로 규정하는 콘텐츠를 접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자본주의적 환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강연자는 기성세대와 기관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청년들에게 외부 사회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면서 ‘어른 역할’과 ‘선배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날 강연에서는 박희철 전 인민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사건이 공개적으로 언급돼 참석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은 지난 7월 당·정·군 연합회의에서 박희철이 조직·인사 권한을 악용해 거액의 뇌물을 받고 부정축재와 매관매직, 측근 배치 등에 관여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북한은 최고재판소가 박희철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형벌을 선고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처벌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소식통에 따르면 강연자는 박희철 사건을 당에 대한 충실성을 저버리고 개인적 이익과 사적 관계를 앞세운 데서 비롯된 엄중한 사례로 제시했다. 이어 내부에서 이러한 사상적 변질과 배신 행위가 확산될 경우 국가의 힘이 약화되고 결국 국가의 존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어려서부터 외부 세계를 동경하지 않고 당과 수령,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갖도록 기층 조직에서부터 사상교양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이번 강연이 표면적으로는 ‘청소년들을 젊은 혁명가로 육성하는 만년대계 사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 전반의 사상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소식통은 “한 간부는 이번 강연은 청소년 교양을 강조하고 있지만 박희철 사건까지 꺼낸 것을 보면 사상적 이완을 그냥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간부들은 당국이 외세 의존의 위험성과 자력갱생을 강조하지만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일반 주민들에게 이러한 선전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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