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 선크림·향수 쓰는 것도 ‘자본주의 날라리풍’…대학가 살얼음판

청년동맹 이달 중순부터 집중 검열…학생들 복장과 머리 모양뿐만 아니라 안경테까지 세세히 살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우리 당의 주체적 건축 미학 사상을 높이 받들어갈 열의에 넘쳐 있다”며 평양건축대학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이 이달 중순부터 평양 시내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개인 소지품을 집중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검열에서는 남학생들이 선크림을 바르거나 향수를 사용하는 행위도 단속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삼엄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19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8일 평양건축대학, 평양외국어대학, 장철구평양상업대학 등에 이달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집중 검열이 실시될 것이라는 청년동맹 중앙위원회의 지시가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각 대학 청년동맹 위원회는 방학 중인 학생들을 긴급 소집해 검열의 내용과 주의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 검열에서는 학생들의 복장과 머리 모양뿐만 아니라 화장품 사용 여부와 안경테 형태까지 세세히 살펴본다고 했다”며 “가방 안에 있는 소지품은 물론 손전화(휴대전화)에 저장된 자료도 불시에 검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 외부 영상물에서나 볼 법한 화장법을 흉내 내거나 비슷한 형태의 안경테를 착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화장품과 안경테도 이번 검열 항목에 포함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학생들은 부랴부랴 안경테를 바꾸거나 손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자료를 삭제하는 등 검열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청년동맹은 남학생들이 피부 관리를 위해 햇빛방지크림(선크림)을 바르거나 진한 향수를 사용하는 행위를 ‘자본주의 날라리풍’에 물든 비사회주의적 현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방학 중에도 학교 기숙사에 남아 생활하고 있는 남학생들은 평소 쓰던 화장품과 향수를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워두는 등 검열에서 문제시되지 않도록 미리 손쓰고 있다.

평양 소재 대학에 다니는 지방 출신 학생들은 방학에도 각종 동원과 행사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검열까지 받아야 하니 학생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양 출신 학생들은 방학이면 집에서 조금이라도 쉴 수 있지만 지방 출신 학생들은 귀향도 특별한 배려를 받아야 가능한 일로 여긴다”며 “어렵게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학생들은 ‘해방 만세라도 부르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현재 평양 시내 대학 곳곳에는 청년동맹 규찰대가 상시 배치돼 지나는 학생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소지품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안경테와 얼굴에 바른 크림까지 문제 삼으니 대학 분위기가 살얼음판”이라며 “학생들은 무엇이 비사회주의로 지적될지 몰라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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