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살려고 집까지 판다…집 처분해 장사 밑천 마련하는 北 주민들

물가·환율 폭등에 장사에 필요한 자본금도 10배 뛰어…생계 위해 동거살이 택하는 주민 많아져

함경남도 신흥군의 한 살림집.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집을 팔아 장사 밑천을 마련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적으로 물가가 크게 올라 장사에 필요한 자본금도 대폭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최근 함흥시에서는 살던 집을 팔고 남의 집에 매달 동거비를 내고 동거로 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물가가 예년보다 몇 배로 오르면서 장사를 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밑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자본금이 적거나 없는 주민들이 장사에 뛰어들기 어려워지면서 자본금 확보를 위해 살던 집을 파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본금이 부족하더라도 도매상에게 물건을 외상으로 받아 판매한 뒤 대금을 갚는 방식으로 장사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화 환율 변동 폭도 커지면서 이 같은 외상 거래가 오히려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물건은 내화로 판매하고 도매상에게는 외화 기준으로 대금을 갚아야 하는데, 환율이 오르면 대금용 외화를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고도 환율 차이로 수익이 줄거나 적자를 보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반면 자본금이 충분한 주민들은 물건값을 바로 치르고 도매상에게서 물건을 떼오기 때문에 외상 거래 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상품을 받을 수 있고,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더 많은 돈을 들여 외화로 대금을 마련해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도 없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환율이 비교적 안정돼 있어 외상으로 물건을 가져다 팔아도 환율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환율이 계속 움직이니 밑돈 없이 장사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에 뛰어들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북한 돈 100만 원 정도를 장사 밑천으로 가지고 있어도 어느 정도 장사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물가와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최소 1000만 원은 있어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례로 중국 위안화 환율은 코로나19 이전 1위안당 북한 돈 1200원 수준에서 최근 1만 2000원가량으로 약 10배 뛰었다. 과거 북한 돈 100만 원을 800위안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 현재는 80위안 정도밖에 마련하지 못하는 셈이다.

북한 원화 자본금의 실질 가치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화를 가진 사람만 살아남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일부 주민들이 살던 집까지 처분해 가며 자본금을 마련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집 팔아 장사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강해 집 판 돈으로 장사에 나서는 사람이 드물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먹고살려면 장사를 해야 하고 그러려면 밑천이 반드시 필요한데, 마땅히 돈 마련할 곳이 없으니 사람들이 결국 집을 팔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집을 처분한 주민들은 한 달에 10~14달러 정도의 동거비를 내고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독거노인의 집 방 한 칸이나 돈주들이 매입한 주택 가운데 일부를 동거 형태로 내놓은 곳에 들어가 산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집을 팔아 자본금을 마련한다고 해서 생활이 곧바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소식통은 “집을 판 사람들은 우선 그 돈을 장사 밑천으로 굴린 뒤 어느 정도 돈을 벌면 다시 집을 살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장사가 뜻대로 될지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밑천까지 영영 다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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