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남녀평등권법령 공포 80주년을 맞아 여성들이 정치·경제·문화생활 전반에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성들이 가사뿐만 아니라 가족의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에 각종 국가 동원까지 떠안고 있어 당국의 선전과 실제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30일 청진시에서 남녀평등권법령 공포 80주년을 맞아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들을 대상으로 남녀평등에 관한 내용의 강연회가 진행됐다”며 “강연회에서는 당과 수령의 은덕으로 모든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강연회에 참석한 여맹원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과 전혀 다르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들을 강제로 험지 탄원까지 시키면서 무슨 남녀평등이냐”, “차라리 여성들을 모두 직장에 다니게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여성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집안일을 전담하면서 인민반과 여맹에서 요구하는 일까지 빠짐없이 해야 하는 현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여성들의 희생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를 운운하니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1946년 제정된 남녀평등권법령이 여성들을 봉건적 차별과 억압에서 해방한 역사적 조치라고 선전했다. 신문은 또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혁명과 애국의 길을 걸어왔고, 현재도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떠미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당국의 선전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국가 배급과 직장 임금만으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여성이 장마당 장사와 부업에 나서 실질적으로 가계를 책임져 왔지만, 가사와 자녀 양육 등 전통적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북한 내 시장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여성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장사와 부업으로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 하지만 각종 동원과 과제로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 당국이 가정주부들까지 험지 진출 대상에 포함해 탄원을 요구하면서 여성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결국 여성들은 생계유지, 가사 노동, 국가 동원 및 험지 탄원이라는 다중고를 겪으며 강연회·학습·생활총화 등 정치생활까지 감내하고 있는 셈이라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소식통은 “먹고살기도 힘든데 하루가 멀다시피 불러내고 돈은 돈대로 바쳐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라는 말은 여성들이 더 많은 짐을 짊어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거부감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녀평등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힘든 여성들의 사회적 동원 부담만이라도 줄여줬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며 “한 명의 여성이 서너 가지 역할을 동시에 감당하며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당국의 선전은 여성들의 반감만 키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평] 북한 주민들의 삶은 ‘찰지고 맵짠’ 말 속에 있다](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6/09/20260919_jsk_찰지고-맵짠-이북-사투리_표지-218x150.jpg)


![[서평] 북한 주민들의 삶은 ‘찰지고 맵짠’ 말 속에 있다](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6/09/20260919_jsk_찰지고-맵짠-이북-사투리_표지-100x70.jpg)

![[북한읽기] 석탄 증산의 그늘…고령자·여성까지 탄광에 내몬다?](https://www.dailynk.com/wp-content/uploads/2026/09/20260914_lsy_순천청년탄광연합기업소-100x7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