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고급중학교(고등학교)에서 여학생 3명이 피부관리를 받았다는 이유로 전교생 앞에서 공개비판을 받는 일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북한 여성 청소년들 사이에서 피부관리는 이미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혀 있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학생다운 생활기풍’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구시대적 통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5일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고급중학교에서 여학생 3명이 조회대에 올라 공개비판을 받았다”며 “이후 이 중 한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를 찾아가 청년동맹 지도원과 크게 다투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학생은 한 달간 농촌 동원에 참여한 뒤 강한 햇볕에 얼굴이 검게 타자 함께 ‘미안’(美顔)이라 불리는 피부관리를 받았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교 청년동맹 지도원이 학생다운 생활기풍을 해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문제시하면서 이들이 전교생 앞에서 공개비판을 받게 됐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해당 학교에서 계급교양과 반미의식을 강조하는 사상교양 사업이 진행되던 중 피부관리를 받은 여학생들이 사상적 해이 사례로 내세워져 조회대에 서게 됐다는 전언이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개비판을 받은 여학생 중 한 학생의 어머니가 문제를 제기한 학교 청년동맹 지도원을 찾아가 “농촌 동원만 안 갔어도 아이가 그런 일을 했겠느냐”, “얼굴이 새까맣게 탔는데 오죽했으면 쌀까지 들고 가 피부관리를 받았겠느냐”라며 강하게 항의한 것이다.
학교장과 담임교사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한동안 소란이 이어져 이날 교내 분위기가 내내 어수선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고급중학교 여학생들 사이에 피부관리를 받는 일이 상당히 보편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가정의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피부관리를 받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은 부모 몰래 부업으로 돈을 벌어 모아서 피부관리 비용을 마련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피부관리 비용은 평균적으로 시장 쌀 1㎏ 가격이며, 현금 대신 쌀 등 식량으로 값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피부관리는 워낙 흔한 일이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이를 특별히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간혹 자주 피부관리를 받는 친구를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경우는 있지만 피부관리 자체를 잘못된 행동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시내 고급중학교 여학생들 중 피부관리를 받지 않는 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오전에는 교복을 입고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예쁜 옷을 입고 자신을 꾸미는 것이 요즘 여학생들의 일상이 됐다 보니 외모를 가꾸기 위한 피부관리도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는 학생이 피부관리를 받는 행위를 학생답지 못한 행동이라고 문제시하며 이런 학생들을 사상교양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학생은 물론 일부 교원들 사이에서도 이를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통제라는 비판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피부관리를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나는 풍조로 규정해 단속하고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학생들 사이에서도 피부관리를 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며 “일부 교원들조차 한창 외모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의 이런 문화를 이해하려고 해야지 무조건 통제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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