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한 군인 용서하고 도움까지 주겠다 약속…무슨 일?

"사람 구하다 죽는 것도 군대, 전쟁서 한 몸 바치는 것도 군대"…주민들 "이런 것도 미풍 아닌가"

북한 함경북도 무산군 두만강변의 국경경비대 군인. /사진=데일리NK

양강도 김정숙군의 한 주민이 도둑질하던 군인을 관대하게 용서해 주고 심지어 돈까지 쥐여 주겠다고 나서 주민 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얼마 전 신상리의 한 주민이 자기 집 고추밭에서 고추를 훔치던 국경경비대 25여단 소속 군인을 보고도 선처해 주고 심지어 돈까지 주겠다고 한 일이 있었다”며 “이 일이 알려지면서 사람들 사이에 ‘이것이야말로 미풍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8일 발생했다.

김정숙군 신상리에 사는 A씨는 집 뒤에 자그마한 뙈기밭(소토지)을 일궈 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이날 인기척이 느껴져 황급히 밭으로 나가 보니 한 국경경비대 군인이 빨갛게 익은 고추를 마대에 담고 있었다.

A씨에게 도둑질을 들킨 군인은 도망가지 않고 “입당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고, “제발 중대 군관들에게만은 보고하지 말아 달라”며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빌었다.

실제로 북한 군인들은 승진이나 입당을 위해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급 군관들이 승진이나 입당을 걸고 들면서 뒷돈을 요구하는 일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고, 이에 군인들은 가족이나 친척에게 얼마를 부탁하거나 장사, 도둑질 등으로 돈을 마련해 바치고 있다.

A씨는 처음에 화가 났지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군인을 보며 이내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그리고 그 군인을 나무랄 대신 관대하게 눈감아 주면서 되레 “며칠 뒤 다시 오면 고추를 말려 돈을 얼마간 만들어 주겠다”며 도와주겠다는 약속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예전 같으면 욕을 퍼붓고 부대에 찾아갔을 테지만 A씨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다 죽는 것도 군대, 남의 나라 전쟁에 나가 한 몸 바치는 것도 군대라고 말하며 군인을 안쓰럽게 여겼다”고 했다.

몇 년 전 국경경비대 한 군인이 압록강에서 물에 빠진 뗏목꾼을 구하기 위해 주저 없이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상대는 구하고 자신은 결국 목숨을 잃은 일이 있었는데, A씨가 이 사례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A씨는 최근 러시아에 파병된 군인 전사자들에 대한 표창 수여식을 보면서 군인들에 대한 딱한 마음을 품고 있었고, 이 감정까지 더해져 도둑질하던 군인을 관대하게 용서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군인들이 도적질을 하고 싶어서 하겠느냐’, ‘지금 도적질을 하지 않는 군대가 어디 있나’, ‘나라가 군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라며 하나 같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도 정작 형편이 넉넉지 않아 선뜻 도움을 주기는 어려운데, A씨가 도둑질도 눈감아주고 거기에 도움까지 주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것도 미풍이 아닌가’라는 말들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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