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화장품 기술 中에 넘긴 주민 체포… “남조선 간첩” 소문도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화장품공장 내부. /사진=데일리NK

지난달 말 북한식 화장품 개발 기술 관련 자료들을 중국 무역업자에게 넘긴 40대 남성이 보위부에 체포돼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두고서는 간첩행위를 저지른 죄로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신의주화장품공장 화장품연구소에서 실장으로 일하던 40대 주민이 지난 9월 말 신의주 국경에서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화장품 개발 기술을 넘겨주다가 국경경비대 초소장의 밀고로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경경비대 초소장과 협력해 북한식 화장품 개발 기술 자료를 담은 메모리칩을 중국 무역업자에게 넘겼는데, 추가로 한 차례 더 메모리칩을 넘기려다 협력자인 초소장의 자백과 신고로 보위부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성 주민은 지난달 용천바닷가 주변의 친척 집에서 머물며 국경경비대 초소장을 만나 “저녁에 배를 타고 순찰하면서 약속된 시간에 중국 무역업자에게 간단한 편지 한 장을 넘겨주면 된다”는 등의 밀담을 나눴다.

부탁을 받은 초소장은 전지(손전등) 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아 중국 무역업자와 접촉하고 별생각 없이 편지를 넘겨주려다가 호기심에 중국 무역업자가 보는 앞에서 편지를 뜯었는데, 그 안에는 여러 겹의 종이로 싸인 메모리칩 두 개가 들어있었다.

메모리칩 안에 중요한 자료가 들어있을 것이라 여긴 초소장이 전달을 거부하자 중국 무역업자는 돈뭉치를 안겨줬고, 초소장은 그 자리에서 돈뭉치를 받고 이내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뒤 이 남성이 다시 초소장을 찾아와 “편지를 한 번만 더 넘겨달라”고 부탁하면서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미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던 초소장이 편지를 즉시 뜯어보았는데 그 안에 지난번과 똑같이 메모리칩 두 개가 들어있었던 것.

초소장은 이를 분명한 간첩행위라고 판단하고 전에 중국 무역업자에게 메모리칩을 넘겨준 죄과를 상급에 자백하는가 하면 새로 넘겨주려던 메모리칩과 앞서 무역업자에게서 받은 돈까지 모두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메모리칩 안에는 신의주화장품공장에서 새로 연구한 화장품 수질 정화와 화학적 동위원소 합성화학실험 분석표가 들어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이를 무역업자에 넘긴 40대 주민은 곧바로 체포돼 현재 예심 중에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붙잡힌 주민은 화장품연구소의 실장으로 밝혀졌으며, 그는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를 최우등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로 북한식의 새로운 화장품 개발 기술 역시 그의 아이디어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더 큰 파장을 낳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금 주민들 속에서는 화장품연구소 실장이라는 이 주민이 남조선 안기부(국정원)의 간첩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그가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갈 확률이 높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