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축전 진보-보수단체 `격세지감’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이 14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주변에서 북측 인사의 참배 반대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 45분께 현충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무한전진’ 대 표 박창수(36) 대표 등 24명을 버스에 태운 뒤 인근 방배동 도로변에 버스를 세워놨다가 북측 대표단의 참배가 끝난 오후 3시 15분께 풀어줬다.

시위 참가자들은 무한전진, 자유개척청년단,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등 보수단체 소속 회원들로 연행 후 “경찰이 우리를 불법 감금했다”며 강력 항의했다.

이들은 또 오후 5시께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 개막식이 열린 상암월드컵경기장에 갔을 때도 경찰이 피켓 등 시위 물품을 뺏고 기자회견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원활한 행사진행을 위한 경찰의 시위 통제는 특별한 일이 아니지만 최근 북측 인사들의 입국이 잦아지면서 이른바 보수단체가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국이 진보단체의 통일행사를 통제하고 단체가 경찰의 행사 방해에 항의하는 모습이 다반사였음을 감안하면 눈길을 끄는 `변화’다.

특히 2003년 3.1민족대회 당시에도 이번 현충원에서 벌어진 ‘차량감금’과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감금의 대상은 보수단체 회원이 아니라 재야인사인 고(故) 신창균 범민련 명예회장이었다.

통일연대와 범민련 남측본부는 3.1민족대회 직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족대회에 참여하려던 신창균(당시 97) 범민련 명예회장을 과천경찰서 황모 경사가 소속기관의 지시에 의해 행사장에 데려다 줄 것처럼 속여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4-5시간 동안 끌고 다녔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 조사결과 경찰청 보안국이 3.1민족대회 참여가 예상되는 인사들의 신원내사와 행사장 접근금지 조치 등이 담긴 지침을 하달했고 황 경사는 이에 따라 신 명예회장의 행사장 참석을 알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또 황경사가 신회장을 자신의 차량에 승차시킨 뒤 4시간50분 동안 행사참여를 방해하고 식사는 물론 소변도 못보게 하면서 여의도 등 서울시내 일원을 고의로 배회했다고 밝혔다.

이번 8.15민족대축전에 참가한 통일운동가들은 당시 사건과 현충원 시위 통제를 비교하면서 일종의 ‘격세지감’을 느꼈다.

15일 범민련 관계자는 “정부가 이전 진보단체의 통일행사를 방해.탄압하는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며 “남북 화해라는 역사의 큰 흐름 속에서 (진보세력 쪽으로) 대세가 기울어졌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