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60차 해도 핵포기 안해”

DailyNK에는 도움을 요청하는 탈북자들의 이메일이 종종 들어온다. 항시적인 체포와 송환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탈북자들은 정세가 나빠지면 즉각 거처를 옮긴다거나 행동을 조심해야 하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소식을 쉼 없이 확인한다. 따라서 중국의 PC방을 자주 찾는다.

24일 DailyNK에 이색적인 이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DailyNK의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국내외 정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장문의 편지에 담아 보내왔다. 그의 글은 맞춤법이 정확했고, 한눈에 학식과 경륜이 느껴졌다.

김책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다는 이 탈북자는 전라도가 고향인 인민군 의용군 출신 아버지가 탈북하는 바람에 감시와 탄압이 심해지자 탈출을 했다고 밝혔다. “동행했던 사람들을 뒤에 남기고 떠나는 아픔도 수없이 겪었다”는 그의 말에서 중국 체류의 고단한 과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탈북자와 북한인권 문제에 무관심한 한국 정부에 대해 “유감이 아니라 분노를 표시할지 않을 수 없다”면서 “독재체제 하에서 자유를 잃고 굶어 죽어간 수백만 영혼들에 대한 털끝만큼의 부끄러움이 없이 그 무슨 민족공조를 한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여유가 생기면 생길수록 그 혜택을 조금도 받지 못하는 무고한 주민은 오히려 더 비참한 노예의 처지를 감수해야 한다”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지원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김정일을 “응당 죽어야 할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응당 죽어야 할 사람은 죽지 않고 아주 통이 크고 시원시원한 사람으로 칭송받고 있다”고 김정일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남한내 일부 잘못된 흐름을 비판했다. 그는 “죽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세습독재정권의 유지와 대남 적화통일 야망을 지닌 승냥이 무리들”이라면서 “6자회담이나 민족공조는 김정일의 한낱 속임수에 놀아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참상을 고발하고 북한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나아가서는 독재체제를 붕괴시키는 데 미력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게 기회를 달라”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도 “암(김정일)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6자회담이라는 것은 60차까지 해도 안 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자기의 이념이나 정권욕, 호화스러운 생활밖에 모르는 독재자의 간계에 놀아나지 말고 견결히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래는 편지의 전문. 맞춤법만 남한식대로 바꾸고 그대로 옮겼다. DailyNK에 사연을 보내실 분은 dailynk@dailynk.com으로 보내면 된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탈북자 리○○ 씨의 편지

안녕하십니까?

저는 몇 해 전에 북한을 탈출하여 현재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입니다.

DailyNK를 접하고 이메일 드립니다.

고상한 인도주의적 정신으로 북한사회의 민주화와 인권옹호, 북핵포기, 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수령독재체제의 종식으로 국토의 통일을 위해 많은 노고를 바치고 계시는 존경하는 선생님께 삼가 머리 숙여 인사 드리는 바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10여 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김책공업대학 ○○학부를 졸업한 후 ○○산업부문의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고향을 한국에 둔 부친의 탈북을 원인으로 북한 당국의 감시와 연행, 고문과 박해를 받아오다가 더는 견딜 수가 없어서 단연코 결심하고 조중(朝中) 국경 두만강을 건너 탈북을 감행하였습니다.

부친은 고향이 원래 한국 전라도 ○○군인데 6.25 전쟁 당시 북한군에 징집되어 북으로 들어오신 분입니다.

탈북 후 지난 5년간 시시각각 신변의 위협을 당하며, 열악한 생활조건으로 비관과 절망 속에서 낯선 이국 대륙을 방황하며, 그나마 목숨을 유지하여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 혼자가 아니라 수천 수만 탈북자들이 겪고 있는 피눈물나는 현실일진대 구태여 더 길게 쓰고 싶지도 않습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비참한 상황이지만 오늘 이렇게 존경하는 선생님께 이메일을 통해
편지라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무한히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훗날 시절이 좋아져 평화와 민주, 하나의 지구촌문화를 만들어가게 되는 날, 조국의 사생아로 기약할 수 없는 내일의 운명을 걸머지고 중국대륙을 헤매면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인생사를 피눈물로 수놓아온 저 자신과 수많은 탈북자들의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담은 ‘현대판 로빈슨크루소’를 남기고자 합니다.

대북지원은 수령독재 연장하는 대역죄

빌어먹고 한지에서 자면서 일해주고도 보수를 못 받고 불안에 떨면서 부평초마냥 이리저리 헤매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이제는 이렇게 멀리도 왔습니다.

기진하여 쓰러져 인생을 포기한, 동행했던 사람들을 뒤에 남기고 떠나는 아픔도 수없이 겪었습니다. 무정하신 하느님도 많이 욕했습니다.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자신의 모습이 가긍하기도 하지만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를 기적적으로 연명해가고 있는 우리 탈북자들에 대한 현 한국정부의 너무나도 무관심한 태도와 입장에 유감이 아니라 분노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발길이 닿는 곳 마다 명백치 못한 신분 탓으로 모욕과 멸시, 사기를 당해야 하고 북송되어 처형을 당해야 하는것이 바로 오늘 중국에 있는 우리 탈북자들의 현실입니다.

멀리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족을 대하듯 하면서 “고향과 부모형제를 저버리고 온 비열한 인간들을 돌보아줄 생각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던 중국주재 어느 한국 회사 사장의 신사스러운 얼굴 모습을 눈에 흙이 들어가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민족과 백성을 위해 행하는 정치가 어떤 것인지 잘 모르긴 하겠습니다만 민족의 비극적인 현실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탈북자들을 외면한 남북대화나 협상이 과연 무엇을 위하여 필요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굶주림을 참지 못해 뛰쳐나와 불안에 떨며 물건처럼 팔려다니고 있는 탈북자들입니다.

그들을 못 본 척 하면서도 대북지원은 계속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온 나라가 감옥이나 다름없는 독재체제하에서 자유를 잃고 굶어 죽어간 수백만 영혼들에 대한 털끝만큼의 부끄러움도 없이 그 무슨 민족공조를 한다고 합니다.

정확한 의미에서 대북지원은 북한의 수령세습독재체제의 수명을 연장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을 지연시키는 대역죄입니다.

부모형제들을 살리는 지원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세계와 한국의 지원으로 북한 당국에 여유가 생기면 생길수록 그 혜택을 조금도 받지 못하는 무고한 주민은 오히려 더 비참한 노예의 처지를 감수해야 합니다.

지원된 물자는 그것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극소수 독재자의 하수인들에게만 돌려졌고 그들은 그 은혜에 충성을 다짐하며 불쌍한 주민에 대한 독재정치 집행에 혈안이 되여 날뛰고 있습니다.

먹일 것이 없게 되자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나오게 되였다는 웃지 못할 희극이 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굶주림을 참다못해 인육을 먹었다는 사실이 결코 거짓이 아닙니다.

민족공조로는 평화와 통일 이루지 못한다

인도주의 이념으로 한국과 세계가 10여 년간 지원해온 결과가 과연 무엇입니까?

지원된 물자는 핵무기를 포함한 적화통일 전략에 이용되어왔고 그 허울은 독재자의 위대성을 우상화하는 도구로 되어왔습니다.

응당히 죽어야 할 사람은 죽지 않고 아주 통이 크고 시원시원한 사람으로 칭송 받고 있습니다. 마음대로 독재를 해도 옆 사람들이 건드리기는커녕 그에 아부하는 ‘위대한’ 인간으로 되어버렸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죽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세습독재정권의 유지와 대남적화통일 야망을 지닌 그 승냥이 무리들입니다.

나라를 저 지경으로 만들고도 그 원인을 자기의 세습독재에서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봉쇄와 남조선괴뢰도당의 북침대비에 있는 듯이 선전하며 배고파 죽어가는 주민을 속이고 뒤에 돌아 앉아 진수성찬에 부화 방탕한 향락을 일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야만인입니다. 정권유지를 위해 300만의 아사자가 나도 아랑곳하지 않은 희대의 야만인 아닙니까.

6자회담이나 민족공조는 김정일의 한낱 속임수에 놀아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것으로 반도의 핵위협을 제거하고 민족공조를 통한 화해나 협력이 이루어 진다면 그것은 정말 한반도 전체가 하느님의 치하에서 독립하는 거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오늘 김정일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탈북자입니다.

탈북자, 그것이 바로 독재정권의 종말을 표현하는 북한현실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중국과 손을 잡고 갖은 방법을 다해 잡아다가 공개, 비공개로 처형하고 있습니다.

알게 된 지 오래되지는 않습니다만, 한국 헌법상 탈북자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 분명할진대 수천 수만의 자식들이 집 없는 한지에서 목숨을 유지하고자 오늘이냐 내일이냐 한 가닥 구원의 손길만을 바라고 있거늘 어찌 이렇게도 무정할 수 있단 말입니까?

허울좋은 민족공조를 위한 대북지원의 100분의 하나만이라도 도와줄 수 없단 말입니까?

저는 단언합니다.

지금과 같은 민족공조로는 절대로 우리민족 전체구성원들이 염원하는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치를 한다고 하는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재간으로는 그들이 바라는 연방국가가 될 수도 없고 설사 된다고 하여도 며칠을 못 넘길 것입니다. 지금껏 속아 살아왔음을 깨달은 북한주민의 분노를 무엇으로 감당합니까? 피로써 쟁취한 민주화와 자유의 참 맛을 느낀 남한인민이 그를 접수하겠습니까?

기아로 죽어가면서도 마음속의 말 한마디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간 수백만 죽음의 영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멸시를 받고 물건처럼 팔려다니다 잡히면 북송돼 공개총살을 당하는 수십만의 탈북자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아니라 불티가 튀어나오고 있습니다.

국군포로 살리고 탈북자를 살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주권국가 아니겠습니까?

그것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역사가, 하늘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국은 오늘도 6.25참전병 유해를 발굴한다고 합니다. 북한도 독재국가의 면모를 감추고자 비전향장기수 거의 전부를 데려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렇게도 당당한 저력으로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 한국정부의 태도로 미루어보면 북한인권과 국군포로, 탈북자문제로 북한이 대화나 협상에 제동을 걸면 안되기 때문에 불행한 생명들과 그 집단의 인권에 대하여 관계치 않겠다는것 아닙니까? 세상에 둘도 없는 유일한 분단국가의 수치스러움을 감수해야 하는 원인이 바로 그러한 것에서 비롯된 것임을 뒤늦게나마 뼈아프게 느끼고 있습니다.

몇 사람의 공적으로 미화되는 남북대화와 이산가족상봉의 이면에는 민족의 분단과 반도의 위기에 책임 없는 2세대 이산가족들이 흘리는 피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습니다.

독재자의 간계에 놀아나지 말고 견결히 맞서 싸워야

도와주십시오. 이름없는 한 인간의 피 타는 절규입니다.

저 역시 얼마 전까지 신분을 감추고 중국인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였었는데 누구의 소행인지 정체가 들통나서 추적을 피해 현재는 적수공권입니다. 닥쳐올 내일에 대비할 그 어떤 대책도 없이 방황하다가 지친 몸으로 PC방에 앉아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 글을 씁니다.

힘을 보태주십시오.

살고 싶습니다.

북한의 참상을 고발하고 북한의 민주화를 실현시키고 나아가서는 독재체제를 붕괴시키는데 미력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게 기회를 주십시오.

미국의 부시 대통령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독재자 김정일은 조선반도는 물론 세계평화와 안정의 주되는 암이며 그 암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6자회담이라는 것은 60차까지 하여도 안 되는 말장난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이른바 ‘국제경찰국가’이거늘 만약 오늘의 현실을 외면하여 시간을 잃는다면 언제인가는 반드시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은 핵무기가 바로 독재정권과 자기자신의 존재를 담보하는 유일무이한 수단임을 압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결코 저자신의 억측이 아닙니다. 이순간에도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적 보유가 질적으로 변화되고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전체 애국국민들은 피로써 찾고 땀과 아픔으로 건설한 이 땅이 우리만이 아닌 우리 자식들과 그 후대들이 자자손손 살아가야 할 둘도 없는 보금자리임을 명심하고 자기의 이념이나 정권욕, 호화스러운 생활밖에 모르는 독재자의 간계에 놀아나지 말고 견결히 맞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그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를 모를 한국국민은 없으리라 봅니다. 다만 진실을 모르는 즉흥적인 젊은이 일부가 ‘시원시원한 김위원장’ 평가에 유혹되고 흑심을 가진 몇 사람이 적화통일을 민족공조라고 펜을 달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보잘것없는 존재의 소원이지만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부디 건강하시어 멀게는 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장래발전, 가깝게는 북한 사회의 민주화와 국군포로, 탈북자문제의 해결을 위해 많은 일을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 드리는 바입니다.

아울러 살고파 버둥거리는 이 미천한 존재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무릎 꿇고 비는 바입니다.

순서 없고 미숙한 글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8월 24일

중국에서 리○○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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