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기조연설로 본 北 입장

27일 제4차 6자회담 기조연설을 통해 드러난 북한의 입장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미국의 핵위협 제거로 요약할 수 있다.

북측은 이날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핵을 모두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특히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핵문제 해결의 관건이 북.미관계 정상화에 달려있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미 4차 6자회담을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언론은 북.미관계 정상화가 핵문제 해결의 관건임을 수차례 피력했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 복귀한 것도 미국이 관계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보였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조셉 디트러니 미국 대북협상대사가 지난 6월 뉴욕에서 북한 유엔대표부 관계자들을 만나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할 경우 관계정상화를 위해 평양에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는 대목이 이를 시사하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맞바꾸려고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체제보장을 위한 안전판을 확보하고 경제적으로는 사회주의권 붕괴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서방세계로부터의 자본유치로 타개하려는 의도이다.

특히 테러지원국 지정 등으로 인해 미국내 자산 동결은 물론 각종 무역규제의 대상이 되는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적대관계 종식, 나아가 북.미 수교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북측 외교 관계자들은 지난 3월 방북해 영변 핵시설을 둘러본 셀리그 해리슨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에게 “평양에 미 대사관이 들어오고 사업가들이 상주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적으로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시킨다면 북한이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원조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기조연설에서) 이러저런 언급들이 있고 평화체제 얘기도 있지만 결국 미국과 관계개선하고 체제보장 해달라는 것 아니냐”며 분석했다.

북한은 또 기조연설에서 ’말 대 말’ 공약을 이행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의무사항을 바구니에 담아 일치 합의할 것을 제의하고 이번 회담에서 첫단계 행동조치에 대해 합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사실상 ’핵 동결 대 중유 지원’ 정도까지라도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매우 적극적이다”며 “이번 회담에서 말 대 말 공약을 통해서 최소한 문패는 달자는 의도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차원에서 제기한 남한내 핵무기 철폐 및 반입금지, 핵우산 제공 철폐 등의 주장이다.

이것 역시 북한이 이미 미국의 핵위협 제거 차원에서 주장해온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 핵 뿐 아니라 남한과 한반도 주변에서 핵무기 완전철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장이 미국이나 남측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협상과정에서 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평소 회담 때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올려놓고 협상을 통해 꼭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갔기 때문이다.

한편 북한은 기조연설에서 경제적 보상에 대해 크게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남한의 중대제안을 염두에 둔 데다, 미국이 개막 인사말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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