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간 감옥살이한 사람이 살아있어?”

▲ 2일 사망한 장기수 오형식씨

북송 장기수 오형석(74)씨가 2일 사망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맞춰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3일 “장기수란 15~20년 동안 징역을 산 수인을 의미한다”며 “(북송된)비전향 장기수들은 30~40년, 심지어 45년이나 옥중고초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우리민족끼리’가 장기수를 설명한 이유는 오형석(74세)씨와 관련해 “남한에서 고문과 박해를 많이 받아 빨리 죽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주장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와 비교하면 한마디로 코메디다.

현재 북한 전역 12개소의 정치범 수용소들에 갇혀있는 정치범들은 초보적인 소송 절차도 없이 끌려온 사람들이다. 그중에는 술자리에서 김정일을 욕했다는 죄목으로 끌려와 재판도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완전통제구역과 혁명화 구역에 갇힌 그들은 가족들을 만나도 서로 말을 못하게 되어있다.

하루에 통강냉이 한줌을 먹고, 허기져 쥐를 날 것으로 뜯어 먹고, 바퀴벌레를 덮쳐먹으며 삶과 죽음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 공민권이 박탈된 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기억하는 사람도 없다. 정치범들이 이렇게 몇 년을 버티다 시체가 되어 나간다는 것은 이제 국제사회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제 북한 주민들은 북한 선전매체가 아무리 남한정부의 인권탄압(?)을 말해도 곧이 듣는 사람도 없다. 북송된 장기수들이 한결같이 남한 감옥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이다.

1993년 3월 당시 76세의 북송 장기수 이인모씨가 평양에 들어오자 “34년 동안 감옥살이 한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다니?”라며 주민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나이 70세만 넘어도 ‘장수’(長壽)로 평가되는 북한에서 2000년 9월 이후 줄줄이 북송된 63명 장기수들의 나이가 모두 70~80세였기 때문에 이런 의혹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남한 감옥에서 얼마나 잘먹고 잘살았으면(?) 모두 멀쩡히 살아있느냐는 것이다.

현재 북송 장기수는 2일 사망한 오씨를 포함해 사망 7명, 생존자 5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북한에서 가정을 꾸린 함세환(75세), 리재룡(63세)씨는 노구에 딸까지 얻었다고 한다. 북한처럼 열악한 감옥시설이라면 벌써 세상을 떠났을 사람들이 ‘장수’하는 모습을 본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감옥은 ‘살 만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아무리 장기수 문제를 놓고 시비를 걸어도 이제 북한주민들은 옛날 남파간첩들까지 다 보내주는 대한민국의 아량과 인도주의에 대해 공감만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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